스타트업
[쓰다, 창업기 21] 김광일 CAC대표가 만든 ‘기술자들 놀이터’
  • 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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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이용한 친환경 공기청정기‧학교 교구재 만들어 사회공헌사업

 

 

눈앞에서 ‘용접하는 스타트업 대표’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김광일 CAC대표는 그야말로 유쾌한 사람이다. 그는 11년간 강의 중인 대학 교수인 동시에 스타트업 CAC(Cardboard Art College)대표다. 김 대표는 회사가 아닌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에 College가 들어간 이유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 골판지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면서 의도치 않게 회사를 만들게 됐다. 2015년 3월, CAC 법인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CAC를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만드는 기술자들의 놀이터같단다. 맨 처음 구상했던 것도 ‘골판지로 만든 배’다. 국가적인 사건이 터지면서 한강종이보트대회는 취소됐지만 골판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골판지는 값도 싸고, 구매도 쉽다. 김 대표는 이를 이용한 크래프트(craft‧수공예 제품)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인천, 강화 지역 학교에 교구재를 제공한다.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싸다. 20분의 1수준이다. 교육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왜 환경, 교육 같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나’는 질문에 김 대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기술기반 회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내는 게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라는 신념을 가진 김광일 대표를 1일 오전 10시, 중구 을지로 대림상가 CAC사무실에서 만났다.

◇ 책과 실제 창업은 달라… 150번 만들어 ‘유용한 골판지 제품’만든다

김 대표는 제자들에게 ‘기업이 돈 버는 구조는 단순하다’고 가르쳤다. 막상 창업을 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창업은 참 힘들다. 자금을 만드는 법도, 재무적인 부분을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한 서류작업과 정해지지 않은 근로 시간도 한몫한다. 회사를 차리면서 자비를 쓰는 건 부지기수다. 게다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려면 회사의 전망성을 입증해야 한다. CAC는 제품까지 만들기 때문에 고정비까지 고려해야 했다.

“작은 기업이니 사업을 대충 해도 된다는 말은, 어린 아이에게 손가락 두 개가 없어도 된다는 말과 같다. 책과 현실은 다르다. 창업은 어렵다는 말만 책엔 적혀있다. 모든 스타트업은 겪으면서 배운다. 병사에서 장군이 되기까지 많은 전쟁을 거치지 않나. 현재 한국 스타트업들은 전쟁을 겪는 과정이다. 창업 1년간은 거의 열정과 호기심으로 버틴다. 사업 보상이 이뤄지면 그 뿌듯함으로 이겨낸다.”

CAC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다. 초창기 만들었던 골판지 공기청정기 외에도 8~9개 조립식 제품이 존재한다. 교육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농장, 스마트 물류 등 ‘스마트 홈 시리즈’ CAC의 개발라인이다. 모두 공공기관으로 납품된다. 정규 수업 및 동아리 방과후 교실에서 주로 쓰인다. 수업용으로 쓰인 조립식 제품은 아이들 소유가 된다. 자동차 엔진 키트, 로봇 손도 인기가 좋다.

“(제품을 개발할 때) 150번 정도 만들어 본다. 개발자, 기술자들은 전문가라서 쉽게 만들기 어렵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그림만 보고 만들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골판지 공기청정기도 프로토 타입 제품만 100여개 만들었다. 많이 만들어봐야 쉽게 만들 수 있다.”

 

 

1일 오전 10시, 중구 을지로 대림상가 CAC사무실에서 김광일 대표가 제품 용접을 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 “장기적으로 한국 주력기술상품 만드는 게 목표”

김 대표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제조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느 탓이다. 제품을 만들고 사는 과정에서 비용도 든다. 그에 비해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시장이 크다. 현재 김 대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도입해 과학실험, 디지털 교과서 수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셈이다.

“지금 연구 중인 것은 두 가지다. VR 햅틱기술을 도입한 치아 관리 기기다. 이미 네덜란드와 중국에서는 치아 관리 시장이 크다. 네덜란드 제품이 이미 있지만 1대에 1억 달러가 넘는다. 더 저렴한 기기를 개발해 임상교육을 용이하게 하고 싶다. 서울시 ‘메이드 인 세운’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전기바이크 또한 중요한 연구과제다. 세운상가 협업업체들과 함께 프로토타입 모델을 개발 중이다.”

자신을 ‘90% 서민’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대표는 꾸준히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골판지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조립용 제품들은 교육 양극화를 위해 쓰이고 있다. 꾸준히 창업과 개발에 관련된 강연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SNS에는 애도한다는 문구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김 대표는 거기서 그쳐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미래 문제는 지금 인식되지 않는다. 현재 학생들이 향후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배우질 못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경험하지 못했다. 스스로 나서야 한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많다. ‘어떻게 배웠냐’는 질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독학했다’고 답했다. 변화를 위한 해결책은 직접 찾아야 한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시시각각 변한다. 그는  의미있는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0년동안 그대로였던 한국주력기술상품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애초 구상했던 학교를 만드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부가가치와 노동생산성이 높은 일로 여가 시간을 보내겠다는 김 대표는 ‘신기술’이라는 큰 건물을 짓기 위한 ‘벽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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