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방진 뛰어나지만 교체비용·수명 등 취약…보조배터리 탓 손목 통증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프리미엄 폰에서는 배터리 모양을 확인할 수 없다. 분리가 되지 않는 배터리 일체형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LG전자까지 올해 3월 G6 모델을 배터리 일체형으로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탈착형 배터리는 사라졌다.

 

배터리 일체형은 방수와 방진 측면에서는 우수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교체비용, 수리, 수명에 있어서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사들은 배터리 일체형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 디자인을 얇고 예쁘게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방수‧방진 기능도 넣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대부분의 배터리는 사용과 동시에 성능이 떨어진다. 대략 500회 정도 충전을 반복하면 사용시간이 처음의 80% 정도로 줄어든다. 이럴 때 탈착형 배터리의 경우 손쉽게 추가 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일체형 배터리는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아 수리를 맡기고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수리 시 교체비용에 기술자의 기술비용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교체비용이 더 많이 든다. 탈착형 배터리보다 1만원가량 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휴대전화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사실 일체형은 여러모로 단점이 많다. 우선 탈착형보다 더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탈착형 스마트폰은 배터리를 분리해 전원을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일체형은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체형의 경우 교체 비용도 많이 들고 수리도 까다롭다”며 “더 작은 부품들이 많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제조사들이 기기를 의도적으로 수리와 관리가 어렵도록 해 수명을 짧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체형 배터리가 기기 수명을 단축시키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또 그린피스가 분해 수리 전문 글로벌 업체인 아이픽스잇과 지난 2년간 판매된 스마트기기의 수리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 LG의 G4, G5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체용 부품과 수리 설명서를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배터리를 맨손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삼성전자 제품들은 디스플레이를 훼손하지 않고 후면 강화 유리를 수리하기 어렵다는 점, 후면 패널이 배터리 교체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5년 4월 출시된 갤럭시S6부터 프리미엄 폰은 모두 배터리 일체형으로 제작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삼성전자는 3년 전인 2014년 애플 아이폰의 일체형 배터리를 저격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가 부족해 충전기를 꽂고 이용하는 아이폰 사용자를 ‘벽에 붙어있는 사람들(wall huggers)’이라고 표현하며 아이폰 배터리 용량이 적고 교환도 불가능하다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분해 용이성과 수리의 편의성이 수리비용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품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며 “제조사들은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거운 스마트폰을 장시간 손에 쥐고 다니면서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일체형 배터리가 보급되면서 보조배터리를 같이 들고 다니는 경우도 늘어났다. 의료 전문가들은 좋지 못한 행동이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내원하는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손목과 목에 통증을 호소한다”며 “통증 원인은 대부분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갈수록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무게도 늘어난데다, 화면에 배터리가 많이 소모되면서 다들 보조배터리를 필수로 들고 다닌다”며 “갈수록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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