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조정 논의" 노조에 통보…자본확충 지지부진하자 정리해고 진행 예고

사진=조현경그래픽디자이너

KDB생명이 정리해고를 진행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경영 악화가 계속되고 지급여력비율(RBC)이 생명보험업계 최하위 수준에 머무는 등 경영지표가 좀 처럼 나아지지 않자 희망퇴직에 이어 직원 해고 수순까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8일 KDB노조에 따르면 KDB생명 사측은 이날 오전 노조에 회사 경영 위기 극복을 이유를 들어 '긴박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협의(요청)' 제목의 정리해고 관련 협의문을 노조에 보냈다. 


통보 내용에는 '회사 생존을 목표로 경영상 위기극복을 위한 기 통보 내용 중 '경영상 이유에 의한 인원조정'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회사가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4조2항 '대상자 선정'이다. 희망퇴직과 달리 대상자를 선정해 해고한다는 조항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KDB생명 사측이 말한 2항은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다. 이 조항에서 중요한 점은 합리적 해고 기준은 사측이 정하고 이 경우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28일 KDB노조에 따르면 KDB는 이날 오전 노조에 회사 경영 위기 극복을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 협의 요청을 보냈다. 이 요청서에 따르면 KDB사측은 경영위기로 인해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KDB노조 관계자는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통보를 보낸 속내는 모르겠지만 정리해고 분위기를 몰아서 희망퇴직으로 더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18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해 나갔다. 상당히 많은 숫자다. 임원, 업무추진비 일부 감축, 계약직 전환 무산 등을 통해 회사가 줄인 비용만 2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비용 절감 목표(300억)을 채우기 위해 정리해고 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며 "앞으로 법적인 다툼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노조는 이번 정리해고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 새 정부가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 계열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와 별도로 지난 26일 사내 게시판에 ‘긴박한 경영상 위기극복을 위한 재협의 관련사항’라는 안을 공표했다. 주요 내용은 △임금 20% 삭감, △학자금 등 복리 후생에 관한 비용 축소 △중장년퇴직제도 폐지 △임금피크제 지급률 하양 조정 등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 1분기 생보사 RBC 비율 중 KDB생명 RBC비율은 124.4%로 가장 낮았다. 또 올해 1분기 KDB생명 수입보험료는 86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조정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은 150%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은 경영개선권고와 경영개선요구 등의 조치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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