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활용 등 온라인 편의성 극대화한 특화 전략 성과…중국도 성장속도 무서워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이미지. / 사진=카카오
한국보다 먼저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해외의 경우, 초반 무리한 대출 확대 및 수익모델 부재 등으로 상당수의 은행이 파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흑자 전환에 성공,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해외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초반 부진 겪은 해외 인터넷뱅크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 불린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편이다. 심지어 금융 후진국 취급을 받는 중국조차 지난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을 한국보다 먼저 출범시켰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은 1995년에 만들어진 미국의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다. 그 이후 미국에서만 30개가 넘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행의 초반 성과는 어떠했을까.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말 기준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은 총 38개다. 이중 24개 은행이 살아남았고 14개는 퇴출됐다. 생존율은 63%로 3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SFNB역시 기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웠지만 무리한 금리경쟁, 자금운용 실패 등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은행 대부분은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나머지 2년 내에 도산하는 운명을 맞았다.

유럽에서도 1998년 영국 에그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부재 등으로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해외 인터넷뱅크

초반 부진을 겪던 인터넷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 발달과 다양한 혁신 모델을 통해, 미국의 상위 10개 인터넷은행은 2004~2005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본의 상위 4개 인터넷은행 또한 2005년 상반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인터넷은행이 도입되기 시작한 중국의 경우 짧은 역사에도 불구, 무서운 속도로 중국 금융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국가별 주요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대표 사례로 찰스슈왑뱅크와 앨리뱅크가 있다. 찰스슈왑뱅크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융합한 ‘로보 어드바이저’로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춘 자동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고객 관점에서 단순화해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앨리뱅크는 완성자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가 설립한 은행으로 오토론, 리스 등 자동차 금융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특화해 모회사와 시너지를 강화했다. 모회사 GM의 캡티브를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고 IT 강화를 통해 점포 없이 편리하게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파이도뱅크가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파이도뱅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영업전략으로 채택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채팅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인지도를 높였다. 채팅 공간에서는 소비자들끼리 은행 경영진 및 직원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은행상품 구매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고, 각자가 받은 은행 서비스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으며, 은행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문제점을 발견, 개선시켜 나갔다.

나아가 유튜브에 올린 소비자에게 도움되는 영상이 은행에 채택되면 50유로를 보상해주거나, 페이스북에서 2000명이 ‘좋아요’ 버튼을 누를 때마다 0.1%포인트씩 예금금리를 올려주는 등 소비자와 함께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일본은 은행외에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을 출범한 것이 특징이다. 소니는 지난 2001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공동 출자로 소니뱅크를 설립했다. 소니뱅크의 특화 서비스는 주택대출로 내점하지 않고 인터넷, 이메일, 전화로 주택대출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금융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
일본 세븐뱅크 홈페이지 이미지. / 사진=세븐뱅크
일본의 세븐뱅크는 이른바 ‘편의점 금융’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특화된 인터넷 은행을 만들었다. 세븐뱅크는 세븐일레븐 편의점마다 이미 설치되어 있는 ATM기기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ATM에서 해외 카드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으며, 해외 송금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의 인터넷은행 성장 속도 역시 무섭다. 2015년 출범한 텐센트의 ‘위뱅크’와 알리바바의 ‘마이뱅크’는 영업을 시작한 뒤 중금리 대출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는 2015년 4월 영업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275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2년 간 총 3400억 위안, 4100만 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마이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룹 내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Ant-Financial)’이 최대주주가 돼 중금리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개시했다. 마이뱅크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네 배 넘게 늘어나 330억 위안에 달했고, 이에 따른 이자 수입 덕택에 은행 이익도 3억1600만 위안을 올렸다. 설립 첫해인 2015년에는 7달 동안 6900만 위안의 손실을 봤던 데서 급성장한 것이다. 마이뱅크의 성공 비결로는 그동안 담보 부족으로 대형 은행에서 외면당한 소기업을 공략한 틈새 전략이 꼽힌다.

◇국내 인터넷뱅크도 특화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뱅크 역시 해외 성공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낮은 수수료 및 대출 금리를 가지고는 기존 은행들과 경쟁해서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국내 은행 이용자들의 경우, 기존 주 거래 은행을 계속해서 이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안정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주부 김수경(55)씨는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은 매력이지만, 안정성 등을 생각하면 여전히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획기적인 혜택 혹은 특화된 서비스가 없다면 기존 은행에서 옮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과는 달리 온라인 영업을 기반으로 하고 전산시스템에 의존하는 업무 특성에 따라 근본적으로 금융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또 온라인에서 비대면거래 중심의 영업방식은 거래과정에서 부실심사, 고객불만 처리나 고객서비스 대응력에 있어서도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해외 인터넷은행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들의 성공 전략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