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역량 강화 나선 시중은행 견제도 매서워…정치권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도 '공전'

27일 카카오뱅크의 가세로 인터넷뱅크가 은행권에 몰고 오는 혁신의 바람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활성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 사진=시사저널e

케이뱅크에 이어 인터넷뱅크 2호인 카카오뱅크가 27일 출범한다. 카카오뱅크의 가세로 인터넷뱅크는 금융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정작 금융업계에선 다른 반응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가 뚜렷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은행 전성시대가 오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뜻이다.

 

일단 정치권에선 인터넷뱅크의 자본 조달 능력을 해결할 은산분리 완화가 공전 중이다.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인터넷은행 리스크 관리 능력도 취약하다. 반면 디지털뱅킹에 몰입하는 시중은행 경쟁력은 막강하다. 인터넷뱅크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금융시장 메기 역할을 하리라던 당초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는 다가갈 수 없는 성역

지난 19일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개혁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인터넷뱅크는 낙담했다. 발표문 안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선행돼야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조달이 쉬워지고 대출재원 등 사업을 펼 수 있는 재정적인 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데 이 부문이 빠진 것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계류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한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며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은산분리 완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쉽게 은산분리를 완화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있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까지만 허용한다. K뱅크는 KT·우리은행·한화생명·DGB캐피탈·다날·GS리테일·NH투자증권·KG이니시스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설립주체인 KT만 8% 지분만 가지고 있다. 이마저도 법에 막혀 의결권 행사는 지분의 4%를 넘길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마치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 은산분리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처럼 느껴진다"며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어느 한계 안에서만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성훈 K뱅크 사장은 이미 출범식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금 비율(8% 이상 충족)에 맞추기 위해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증자에 들어가야 한다”며 “하지만 법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상 증자가 어렵다”고 호소한 바 있다.

K뱅크는 초기 가입자 수 증가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자금난으로 일부 대출 상품을 중단한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지분을 늘릴 수 없으니 각자 지분 비율 안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수준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선 단계적이나마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한 오프라인 네트워크, 디지털 강화 나선 시중은행과의 경쟁력 이겨내야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는 은산분리 규제라는 제도 탓만도 아니다. 오프라인 네트워크 부족과 취약한 리스크 관리 능력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품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극복해야 과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 참석자들이 4월3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제1금융권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기준 고객 수 40여만명, 여신 6100억원, 수신 6500억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라는 장점을 잘 이용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족으로 지점과 ATM기를 활용한 시중은행 영업력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전국 1만개가 넘는 GS25 편의점에 깔린 현금지급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에 설치된 케이뱅크 ATM은 600대가량이다. 케이뱅크 고객은 이 ATM기를 찾아서 돈을 인출해야 한다.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타은행 ATM기를 이용해도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이 수수료를 물면서까지 다른 은행 ATM기에서 케이뱅크 카드를 사용할 매력을 못 느끼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를 통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납부를 할 수도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점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용하더라도 주거래 은행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식 자체에서 시중은행이 거래 중심 은행이 돼 있다. 인터넷은행이 이 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디지털뱅킹 강화에 나선 것도 인터넷전문은행 행보가 마냥 순탄하지 않은 이유로 작용한다. 시중은행들은 IT기술을 기존 은행 업무에 접목하기 위해 핀테크업체, 온라인 플랫폼업체, AI업체 등과 제휴를 늘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차별점이 사라지는 이유다.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 KEB하나은행은 원큐랩, KB금융은 KB스타터스, 우리은행은 위비핀테크랩, NH농협은행은 NH핀테크 혁신센터를 운영하며 핀테크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 기업들을 통해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차세대 디지털 금융 기술을 기존 은행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한국금융연수원 관계자는 "최근 빅데이터 전문가로 왔던 교수가 있다. IT전문가라 모두 반겼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시중은행에 영입됐다. 내부적으로 굉장히 아쉬워했다"며 "은행마다 IT 인력도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부문에 이전보다 훨씬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체 부실 관리 능력에서도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4~7등급 신용등급자에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연체가 늘기 시작하면 심사부, 관리부 등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게도 저렴한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보니 고객이 몰렸다. 2년가량 흐른 뒤 연체율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결과가 나온다"며 "대출 관리에 실패할 경우 영업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과의 차별성도 약화될 수 있다. 몇 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과 얼마나 차별화 할 수 있는지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과 직결될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규모의 경쟁을 펼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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