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케이뱅크, 초반 돌풍으로 절반의 성공…카카오 연계된 서비스로 새 바람 기대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27일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4월 출범한 후 3개월여만이다. 케이뱅크는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연간 수신액 5000억원과 여신액 4000억원 목표를 출범 두달 만에 조기 달성해 인터넷뱅크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인터넷뱅크 출범을 추진하면서 기존 은행을 긴장시킬 ‘메기’ 역할을 기대했다. 천편일률적인 서비스에 머물러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받는 국내 은행들이 자발적 혁신에 나서도록 인터넷뱅크가 자극을 가할 것으로 봤다. 인터넷뱅크 2호 출범을 앞두고 케이뱅크의 경험을 토대로 인터넷뱅크가 지닌 가능성과 극복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인터넷뱅크의 메기 역할에 대한 기대는 두 가지다. 은행 서비스의 편의성과 저렴함이다. ICT 기술을 이용해 은행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고 혁신을 통해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더 큰 소비자 혜택을 제공해 전통적 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은행들을 자극하는 구도를 기대했다.
 

케이뱅크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뱅킹 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 = 케이뱅크

그러나 인터넷은행보다 수십 배 큰 덩치를 가진 시중은행에게 인터넷뱅크의 출현은 아직 찻잔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기존 은행 서비스 취약점을 공략해 경쟁구도를 바꿨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것이 인터넷은행에게 기대하는 메기 효과다.

◇ 초기 시장 안착한 케이뱅크, 더 큰 기대감 모은 카카오뱅크

일단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 낮은 이율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만인 이달 초 여신액 6100억원, 수신액 65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여신은 매달 약 2천억원씩 증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은행의 지난해 월평균 가계신용대출 순증액 대비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SC, 한국씨티, 농협, 기업은행 등 8개 은행의 지난해 월평균 가계신용대출 순증액은 약 1145억원이다.

케이뱅크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신금리, 낮은 여신금리였다. 초기 수신에 가입자가 몰린 것은 정기예금(2%), 자유적금(2.5%) 금리 경쟁력 탓이 컸다. 
자료 = 은행연합회

서민금융 대표 상품으로 불리는 중금리대출 상품도 낮은 이자율을 내세우고 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8~10등급 최하 수준의 신용등급자 평균 대출 금리는 8.37%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에서 1천만원 중금리 대출을 연 16.9%로 받던 대출자가 케이뱅크 중금리 대출로 전환 시 연평균 약 100만원 이자부담이 경감한다고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 주도 아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4200만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다.

카카오뱅크 서비스에도 카카오톡 운영 경험이 그대로 녹아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본인인증 후 계좌개설까지 7분 내외면 가능할 정도로 거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대출 서비스도 스크래핑 기법 등을 활용해 무방문, 무서류 제출 방식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크래핑 기법은 케이뱅크도 채택한 방식으로 대출심사에 필요한 재직증명서, 소득증명 관련 서류들을 직접 제출할 필요 없이 국민건강보험 또는 국민연금 정보를 스크래핑 기법으로 자동 수집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외화송금도 5000달러 기준 수수료 5000원으로 시중은행 창구 대비 1/10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박사는 “카카오페이는 1일 100만원, 1회 50만원은 공인인증서는 물론이고 로그인, 계좌번호도 필요 없이 송금을 할 수 있는데 1~2초면 바로 송금이 된다”며 “카카오페이만 봐도 카카오뱅크의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 외면할 수 없는 은행, 서비스 개선으로 맞대응 나서

이미 인터넷은행의 가능성을 입증한 케이뱅크와 여기에 카카오톡의 편의성까지 더한 카카오뱅크의 출범을 앞두고 은행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케이뱅크 출범 당시 여신 금리를 낮추고 수신 금리를 높였던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퍼스트’를 표방하는 카카오뱅크 출범에 앞서 모바일뱅킹 개편에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외화송금을 대표 서비스로 내세우며 외화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도 벌어졌다.

 

 

카카오뱅크 광고 문구 / 자료 =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리브(Liiv)’를 전면 개편해 공인인증서 없이 최고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간편대출’ 서비스를 선보였고 온·오프라인 결제서비스인 ‘리브뱅크페이’, QR코드와 블루트스를 활용한 간편송금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S뱅크에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잠금해제만으로 조회하고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이체할 수 있는 간편서비스를 출시했다.

외화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서비스 개편에 나선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카카오뱅크 대응 전략으로 외화송금 수수료 인하를 꼽았다.

연말까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3천달러 상당액 이하로 해외 송금할 경우 송금수수료 우대와 전신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송금 금액별로 500달러 상당액 이하로 송금하면 송금수수료를 1만500원에서 2500원으로 우대하고 500~3000달러 이하는 1만5500원에서 5000원으로 할인한다.

KEB하나은행은 26일부터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1Q트랜스퍼’ 서비스 지역을 중국으로 확대하는 등 해외송금의 편의성을 높였다. ‘1Q트랜스퍼’는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대기 박사는 “인터넷전문은행 메기 효과로 다른 은행들도 대응을 하거나 수수료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좋은 서비스와 금리 경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금융 IT서비스는 워낙 잘돼 있어 ICT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시적으로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은행이 생태계 파과자인 메기만큼 강력한 존재는 아니지만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석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때문에 망한 은행은 없다”며 “마이뱅크와 위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중국도 글로벌 10위권 내 대형 은행들이 4개나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점유율이 5%를 넘긴 사례가 없다”며“하지만 일단 물꼬가 트인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할 수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 등 더 나은 서비스 접목을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완화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