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변경 후 3개월 이내면 면제 안 돼…약관보다 악용방지규정 우선 적용은 불합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휴대전화, 인터넷, IPTV(인터넷TV)를 해지하려고 사망 증빙 서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IPTV는 아버지가 명의 변경을 하신 후, 3개월이 지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위약금 없는 위면해지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용약관에는 이용자 사망 시 위면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명의 변경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말 뿐이네요.”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해당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약관에 준해 가입자 사망 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반환금 없는 해지처리가 가능하지만, 명의변경 후 3개월 이내에는 반환금 없는 해지처리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A씨는 사망에 따른 해지임에도 불구, 일반 해지로 기간에 따른 위약금을 물거나 명의변경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명의를 변경하거나 무분별한 명의변경 직후 위면해지를 받는 등 악용 사례가 있어 내부 지침이 생긴 것으로 안다”며 “사망은 물론, 군입대나 설치 불가 지역에 따른 문제도 명의 변경 3개월 전 해지 시에는 다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설치 불가 지역, 이용자 군입대, 사망 등 경우 인터넷과 IPTV 해지 시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규정을 이용약관에 명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해당 약관에 따라 위면해지 시, 명의변경에 대한 조건을 다시 따지는 곳은 LG유플러스 뿐이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사망 시에 3사 모두 위약금을 면제해 준다.

즉 SK텔레콤과 KT 이용 고객은 명의변경 여부나 기간에 상관없이 사망자의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과 IPTV 모두 사망 증빙 서류만 제출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고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사망자가 사망 전에 명의 변경을 한 이력이 있는지, 명의 변경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았는지를 판단해 위면해지 여부가 가려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직원 등 위면해지 조건을 잘 아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고 대부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사망자에게까지 악용 방지를 명목으로 위면해지를 가려하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사망 시 위면해지는 약관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약관이 우선돼야 한다”며 “비용회피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를 약관보다 우선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면제 사유가 먼저고 악용을 막기 위한 내부 규정은 그 다음”이라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이어 “명의 변경도 사업자가 허락한 합법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계약에 대한 약관은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LG유플러스는 해지방어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바 있다. 지난 1월 LG유플러스 고객 상담을 대행하는 LB휴넷 세이브 부서에서 5개월간 근무하던 특성화고 실습생 홍모양이 극한의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홍양은 LG유플러스 서비스를 해지하겠다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해지를 막는 역할을 하는 해지방어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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