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라면 매출 99%가 오뚜기서 발생…오뚜기물류, 오뚜기SF, 상미식품도 내부거래 비중 높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만남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오뚜기가 초청되면서 그간 오뚜기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지난 10년간 라면가격을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은 ‘착한기업’, 선대 회장의 작고로 상속과정에서 발생한 1500억원대 세금을 완납한 ‘모범기업’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특히 고(故) 함태호 전 명예회장이 지난 2015년 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애인복지재단에 남모르게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뚜기의 선행 이면에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함영준 회장이 3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오뚜기라면의 경우 오뚜기에 대한 매출이 전체의 약 99%를 차지해 논란의 소지가 크다. 

 

오뚜기의 주력상품인 라면의 경우 오뚜기라면에서 면을 공급받아 시중에 유통한다. 오뚜기라면은 평택공장에서 생산한 면제품의 대부분을 오뚜기로 판매한다. 오뚜기라면의 지배주주가 함 회장과 오뚜기이기 때문에, 오뚜기에서 출발한 돈이 오뚜기라면을 거쳐 배당의 형태로 다시 함 회장 일가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오뚜기라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오뚜기 계열사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오뚜기물류의 경우 오뚜기에 대한 매출이 지난해 640억원으로 전체 약 56%를 차지했다.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로 확대하면 매출 비중은 80%(890억원)로 증가한다. 이 밖에 지난해 오뚜기SF(317억원, 약 73%), 상미식품(462억원, 약 41%), 알디에스(44억원, 약 53%) 등도 오뚜기에서 일감을 받아 오면서 매출 신장을 이뤄가고 있다.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으로 재직했던 경제개혁연구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올초 발행한 대규모기업집단 외 일감몰아주기 사례분석 보고서에서 오뚜기 그룹의 4개사(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알디에서, 상미식품)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피해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제개혁연구소는 "공정거래법은 일감몰아주기등을 규제하고 있으나 규제의 대상은 법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등은 기업집단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들에게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오뚜기 같은 중견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회계사는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오뚜기를 총수 일가가 지배하기 때문에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면서 “결국 계열사들이 벌어온 돈들이 총수일가의 배당이되고 이 지분이 추후 3세들에게 상속되면 부는 대물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오뚜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함영준 회장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총 190만7902주로 전체 55.46%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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