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찬반 대립, 어떻게 결론 나든 후유증…결론만큼 중요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대선에서 내세웠던 탈원전 공약 실천의지를 분명히 했다.“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탈(脫)핵 국가로 가는 출발점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밝혀 탈원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뒤이어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 조치로 구체화됐다. 신고리 5·6​호기 운명에 중대한 키를 쥔 공론회위원회도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장 1명과 위원 8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는 오는 10월21일까지 가동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시민배심원단을 지원·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종 판단은 시민배심원단이 내리게 되며, 이들에 대한 구성과 의사결정 방식 등을 정하는 것도 공론화위의 몫이다.


공론화위가 활동에 들어갔다고 해서 과연 이들의 3개월에 걸친 활동과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으로 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깨끗이 매듭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그만큼 현저하기 때문이다.

다툼이 가장 첨예한 부분은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전만큼 경제성있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 없다고 주장한다. 원전 가동을 멈추면 원전이 그동안 감당해온 막대한 전력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고, 전기값 급등으로 이어질게 뻔하다고 걱정한다. 가계는 물론이고 싸고 질좋은 전기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온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도 막대한 주름살을 안길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발전 원가만 놓고 보면 원전의 경제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10년 기준 원전의 전력생산 단가는 ㎾h당 39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나 석유류(185원)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700~800원과는 너무 격차가 커 비교가 무의미할 지경이다.

원전 반대론자들은 이런 찬성론자들의 분석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백운교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전력 수요와 전원 구성 등의 여건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는 요금 상승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비현실적으로 높게 설정된 경제성장율을 근거로 추정된 전력수요를 현실에 근접한 경제성장률을 반영해 다시 계산하면 수요 장기 전망치가 대폭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논란은 더 뜨겁다. 문대통령이 탈원전을 외치게 된 것도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근본 배경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핵발전소 운영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며, 사고 확률도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고리 원전 1호기가 1978년 1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40년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사소한 고장 등을 제외하고는 인명에 영향을 줄만한 심각한 사태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탈원전 찬성측은 운용과 안전은 별개 문제이며 지금까지 핵발전소 사고는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라는 점에서 원전에 완벽한 안전이란 없다고 맞선다. 더구나 흔치는 않지만 사고가 나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지는 옛 소련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야마 사태에서도 익히 보는 바다. 이런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원전의 경제성을 약화시키는 논리로도 작용한다​. 특히 노후화될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서 당대의 혜택을 위해 후대에 위험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잊지 않는다. 원전에 임시저장중인 고준위 폐기물도 갈수록 늘고 있어 처리가 이만저만 걱정거리가 아니다.

 

어차피 원전을 둘러싼 이런 찬반론에 대해 칼로 두부 자르듯 한방에 한쪽을 때려 눕힐 명쾌한 논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론화위를 거쳐 원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든 후유증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원전 가동 여부에 이해관계가 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요구와 다른 결론이 나오면 결코 승복하지 않으려 할게 뻔히 보인다. ​ 

 

결국 대다수의 선량한 양식을 지닌 국민들을 납득하게 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에 대해 어차피 모두가 박수를 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결론에 이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야말로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과제다.


물론 절차적 정당성이 모든 문제를 깨끗이 푸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마저 의심 받게 된다면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음을 고려해보면 무엇보다 무겁게 여겨야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이른바 전문가라 불리는 이해 관계자들을 공론화위에서 뺀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조치다. 그렇다고 공론화위가 비전문적인 논의로 흘러가서는 결코 안된다. 원전에 대한 시민배심원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을 줄 과학적인 지식을 제공하는데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논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이 개입될 여지도 차단해야 한다. 

 

공론화위의 활동은 원전의 운명을 정하는 것에서만 주목되는게 아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새롭게 전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원전정책 결정은 매우 가치가 큰 부산물을 얻어내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공론화위의 3개월은 중요하다.

공론화위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활동을 마감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권이 끝난후 지난 정권의 핵심적인 정책을 놓고 두고 두고 시비를 제기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일을 막고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전형을 새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공론화위는 각별한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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