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의혹 담긴 녹취 자료 공개…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도 촉구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을 규탄했다. / 사진=이용우 기자
KB국민은행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 국민은행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을 비판하며 선거 개입 증거가 담긴 녹취 파일 등을 공개했다. 또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24일 전금노 KB국민은행지부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이 현 박홍배 위원장 낙선을 위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노조 선거 개입과 윤종규 회장의 실적 독려로 인한 연장근로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한다. 진행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는 등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금노 KB국민은행지부는 사측이 지난해 11월 노조 선거를 앞두고 사측에 우호적인 집행부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월 대의원 선출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11월 선거가 시작하자 사측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노조 선거개입 의혹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이오성 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이 전국 부점장 화상회의에서 "대의원 선거에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대표를 선출해야 노조 선진화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며 "지역 그룹 대표자, 지역 본부장, 협력 지점장 모두가 (나서서) 은행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지점장 등의 노조 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또 은행 지점장이 은행 직원을 불러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을 조성해달라고 지시한 녹음 내용도 있었다. 선거 당시 김철 HR본부장(현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이 선거 낙선자들과 회동을 갖고 당선 무효에 따른 차기 재선 일정을 논의한 내용도 담겼다.

또 당시 김진윤 선거관리위원장이 현 박홍배 위원장에게 사측이 박 위원장 당선 무효 압박을 했다고 시인하는 전화통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전화통화에서 김 선거관리위원장은 박 위원장에게 "사측 말을 계속 듣다가 만약에 (박 위원장 당선 무효)하면 중간에서 힘들어 진다. 조합원들한테 얼굴도 못 든다"며 "(박홍배 후보를 지지한) 7000여 명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조 선거에서 위원장 당선이 확정됐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치뤄진 재선거 도중 징계로 인해 박 위원장 후보자자격을 박탈했다. 박 위원장은 재선거 전날 법원의 승소 판결로 후보 자격을 회복하고 1차 선거에서 58% 과반 득표로 당선됐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전국 지점장 화상 회의를 통해 노조 대의원 선출에 개입하고 비조합원인 지점장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직원을 강요하는 등 노조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며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고용노동부에 KB국민은행의 노조 선거 개입에 대한 특별관리감독 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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