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 점유율 60% 육박, 할리우드 초강세‧일본영화 급성장…배급사 점유율에도 영향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상반기 극장가의 승자는 할리우드였습니다. 과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내며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숨은 승자도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아직은 미미한 점유율입니다만 성장세가 괄목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충무로의 주인 한국은? 정작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영진위는 매달 월별 결산자료를 공개합니다. 이번에는 6개월을 종합해 그 분석결과를 내놓은 것이지요.

매달 추세가 엿보여서 예상한 결과지만 역시나 한국영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상반기 한국영화가 모은 관객 수는 4162만 명입니다. 42.8%의 점유율이지요. 당연하지만 그 나머지가 외국영화 성적입니다. 57.2%의 점유율을 기록한 외국영화는 5567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습니다.

5567만명 중 85.3%의 비율이 미국영화, 즉 할리우드에서 나왔습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8%입니다. 상반기 극장가를 찾은 관객 2명 중 1명은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했다는 얘기입니다. ‘미녀와 야수’,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흥행을 이끈 결과입니다.

만약 7월까지 결산 시점을 넓혀 잡았다면 이 비율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7월 5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홈커밍’이 벌써 관객 7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 초강세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대목이 있습니다. 일본영화 인기가 급성장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영화의 점유율은 겨우 0.8%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상반기에는 이 비중이 5.2%로 뛰었습니다. 유럽영화와 중국영화가 각각 2%와 0.2% 비중에 그친 걸 감안하면 도드라진 성적입니다. 한때 ‘홍콩 4대천왕’이 국내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중국의 0.2%라는 성적표도 참 흥미롭습니다.
 

상반기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한 공조와 더킹. / 사진=뉴스1

일본영화 상승세의 주역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입니다. 이 영화는 362만명의 관객을 모아 상반기 흥행순위 6위에 올랐습니다. 영진위에 따르면 ‘목소리의 형태’도 이 상승세에 힘을 보탠 모습입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배급사별 관객점유율에 끼친 영향도 있습니다. CJ E&M(19.6%)은 여전히 1위였지만 2위와 3위를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와 월트디즈니컴퍼니컴퍼니 코리아가 차지했습니다. 각각 15%와 14.1%의 점유율로 사실상의 3강 역할을 한 거지요. 그 뒤에 자리잡은 NEW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점유율은 8.8%로 같았습니다.

정작 한국영화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1월 18일 동시에 개봉한 공조(CJ E&M)와 더킹(NEW)이 쌍끌이 흥행으로 극장가를 달궜을 때를 제외하곤 눈길 끄는 흥행작이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 나온 ‘박열’이 선전하는 정도지요.

물론 그렇다고 벌써부터 ‘한국영화 위기론’을 꺼내는 건 지나친 기우 같습니다. 7~8월은 한국영화의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군함도(CJ E&M)와 택시운전사(쇼박스)가 출격을 대기 중이고 NEW는 웹툰 원작의 장산범을 내놓습니다. 특히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중 올해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인 782만명(공조)을 깰 영화가 나올지가 관심대상입니다.

큰 변수가 없는한 하반기를 지나고 나면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0%를 회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할리우드가 하반기를 피해 상반기에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서정 CGV 대표가 지난 18일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처음 꺼낸 말이 떠오르네요.

“한국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6년 째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연간 관객 2억 명 수준은 유지하지 않을까 합니다. 연평균 관람횟수는 4.2회로 2위지만 (1위 국가의 인구규모가 작아) 사실상 세계 1위입니다.”

‘사실상 세계 1위’를 만들어낸 관객들이 하반기에는 한국영화를 택할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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