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맞서 협회 만든 점주들 가맹계약해지 강요 의혹도…가맹점주들, 검찰에 가맹본부 업주 고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에땅이 가맹점주들을 감시하고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자에땅 가맹본부는 자사 가맹점주 모임인 '피자에땅가맹점주협의회'(이하 피가협)을 감시하고, 참여 가맹점주의 개인정보를 모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점주들은 가맹계약 갱신이 거절되거나, 아예 점포가 폐점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가협 회원들뿐 아니라 가맹점주협회와 참여연대 등은 2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자에땅 공재기·공동관 공동대표를 업무방해·개인정보보호법위반·명예훼손(가맹점주 사찰 및 블랙리스트 작성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으로 불리는 국내 가맹 산업의 민낯이 갈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피자에땅, 대전 회의장까지 따라와 점주들 사진 찍어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을들의 피해사례 발표대회가 열렸다. /사진=박견혜기자
피자에땅을 고발한 피가협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피자에땅은 피자재료인 치즈, 도우, 새우 등의 납품가격을 시중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공급했다. 이같은 본사의 갑질을 견디지 못한 가맹점주들은 피가협을 결성해 필수 식재료 공급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피자에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본사는 가격정책에 항의하는 가맹점주에 대해 보복적 성격의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가맹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가맹사업계약상 의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들에 지속적인 갑질을 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가협에 따르면, 이들은 20153월 대전역에 있는 회의실에서 1차 모임을 가졌다. 곧 이곳에 나타난 본사 직원들은 참석한 가맹점주들 사진을 촬영하고 점포명, 성명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같은해 4월 용산역에서의 2차 모임과 이듬해 4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3차 회의에도 본사 직원들이 나타나 피가협 회원들의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수집했다.

 

피가협 임원에 대해서 본사가 보복성 계약 해지까지 진행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강성원 피가협 회장과 김경무 피가협 부회장 등은 10년을 경영한 매장의 재계약을 거절당했다. 가맹계약 해지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다른 가맹점주들에게는 협의회 활동에 대한 보복조치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피가협이 밝힌 이 사건의 본질은 바로 ‘점주 협의회를 탄압했다는 데 있다. 이들은 매일매일 피자를 만들고 배달하는 가맹점주들은 각종 법정 분쟁까지 겪어야 했고 스스로 지키고자 만든 단체까지 탄압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피자에땅 본사가 사찰과 블랙리스트 등 가맹점주를 압박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본사에 불리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본사가 바른 매뉴얼, 바른 가격에 공급하면 이런 사태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본사 회장 식구 네 사람을 위해서 나머지 300여 점주가 피를 흘리면서 일한다. 우린 노예가 아니다. 점주였지만 어느 순간 노예가 됐다고 토로했다. 

 

◇ 회장하면 가맹계약 해지?

 

가맹점주 단체 회장은 해지를 당해야 진짜 회장이란 말이 있다.”

 

20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을'들의 피해사례 발표대회에는 다양한 업종의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회장 등 가맹점주협의회의 임원을 하면 본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양 여겨지기도 한다. 가맹점주들은 이날 자리에서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해서 활동하면 가맹본사가 주요 임원에 대해 온갖 명목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회원들 간에는 급기야 가맹계약 해지를 당해야 진짜 회장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가맹거래사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가맹계약 해지사례가 실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앞서 밝힌 피자에땅 사례뿐 아니라, 이승우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허위사실 유포 영업방해로 가맹계약을 해지당했다. 같은 회사 김진우 협의회장 역시 계약기간 갱신 거절을 당했다. 박시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가맹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받았다.

 

박재용 바르다김선생가맹점주협의회 회장 역시 식사재를 사입했단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노용빈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회장 역시 로열티를 미납했다는 이유로, 김태훈 본죽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영업방해로 각각 가맹계약을 해지 당했다. 본사가 가맹계약 해지란 실제적인 압박을 통해 점주협의회의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가맹점주단체 주요 구성원 가맹계약 해지사례. /자료=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가맹거래사, 표=조현경 디자이너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이런 부분들이 그동안 계속 이어진 데는 행정적인 문제가 컸다. 공정위는 보통 사건 1건 처리에만 1~2년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은 내가 왜 신고했지라는 회의가 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부터라도 검찰과 공정위가 협력해서 압수수색, 강제소환 등 신속한 수사는 검찰이 맡고, 불공정경쟁에 대한 경제 분석 등은 공정위가 담당하는 식으로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가맹 불공정행위 근절과 단체 교섭시 가맹점주들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적어도 우리 정치가 책임정치라면, 정당이 정기국회때 책임지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