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한도 확대, 중도인출·해지 허용만으로는 역부족…비과세 기준기간 축소도 검토를

20일 서울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활성화 방안을 밝혔음에도 금융권에선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제약으로 애물단지가 된 ISA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과세 혜택 확대와 중도인출·해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ISA가 서민형 투자 상품이 되기 위해선 이 정도의 개선으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민 재산형성과 금융지원 강화 과제 중 하나로 ISA 실효성 제고 방안을 밝혔다. 지난해 3월 국민재산 형성 과제로 ISA가 출시됐지만 각종 제약으로 10만원 이하 깡통 계좌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금융권 애물단지가 된 것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국정자문위는 올해부터 ISA 비과세 한도 확대와 부분인출·중도해지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이번 금융지원 강화 과제에 포함했다. 문재인 정부가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고치게 될 ISA 구조는 총 2가지다. 비과세 한도 확대와 부분인출·중도해지 허용 범위 확대다. 하지만 줄곧 금융권과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가입 조건 완화는 빠져 아쉬움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과세 한도 조정과 부분인출·중도해지 허용 외에도 현 ISA에 제약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국내 ISA 제도는 세수 감소와 형평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제도"라며 "당초 취지에 맞추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처럼 가입조건을 낮춰야 한다. 지금은 가입에 챙겨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SA 하나에 가입하기 위해 연봉도 확인하는 상황이다. 국민형 ISA가 되기 위해선 굳이 없어도 되는 제약은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현 ISA제도 개선 작업은 세제개편에 관한 것"이라며 "일본이나 영국 사례처럼 주부나 미성년자, 은퇴자 등도 ISA에 가입할 수 있는 등 자격 요건이 완화돼야 혜택이 미비하다는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SA 가입 대상은 근로,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반면 일본은 20세, 영국은 18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ISA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ISA 활성화 방안에는 비과세 혜택 확대와 중도인출, 중도 해지가 담겨 있다. 현행 ISA 제도는 일반형 기준 수익 200만원(서민형 250만원) 한도에서 5년 이상 가입 시 비과세 혜택을 적용한다. 연간 300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주는 비과세 해외펀드 같은 상품에 비해 세제혜택이 적다. 결국 수익이 나는 시점에서 차익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서민 재산 형성이라고 하면서 5년 이상 자금을 묶어두도록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금은 사망과 이민, 폐업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5년 동안 계좌를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이 크지 않은 데다 5년 이상 중도인출 없이 자금을 묶어둬야 해 투자 자금이 많지 않은 일반 서민 고객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는 비과세 한도 2배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또는 비과세 기준기간 축소와 1년 30% 이하 중도인출 허용 등을 주문하고 있다. 결혼이나 주택구매 등 목돈 사용에 대해서 해지나 중도인출을 허용하면 고객이 ISA에 가입할 때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두 개 제약이 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항목도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쏠리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낮다는 점에서 투자자로부터도 외면받았다. 올해 1분기 11개 은행에서 취급한 일임형 75개 상품 평균 수익률은 2.85%다. 지난해 말에는 0.41%를 기록했다. 14개 증권사에서 출시한 일임형 상품 128개의 평균 수익률은 4.91%로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가 출시된 지난 3월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감소해 왔다"며 "ISA가 서민형 상품으로 재설계돼 활성화된다면 금융사 입장에선 기존에 적은 금액으로 운용하던 것보다 운용 효율이 오를 것이다. 점차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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