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단되며 스태프·단역배우 2개월치 임금 밀려…제작사·투자사 서로 책임 떠넘기기

7월 18일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영화 아버지의 전쟁 임금체불 소송청구 기자회견. / 사진=문화문제대응모임 페이스북

19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고(故)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영화 ‘아버지의 전쟁’ 제작이 중단된 가운데, 이로 인해 발생한 스태프‧배우들에 대한 임금 체불논란이 결국 소송으로 번졌다. 이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제작사와 투자사는 책임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 와중에 정작 피해는 스태프와 조연, 단역 배우들이 입고 있는 모양새다.

18일 문화문제대응모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영화인신문고, 예술인소셜유니온,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로 구성된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사 무비엔진과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는 조속히 협의해 동결된 영화 예산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대모임은 “무비엔진과 우성엔터테인먼트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아무런 책임도 없는 우리 스태프와 단역배우들만이 애꿎게 피해를 입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연간 총 2억명 관객의 시대이지만 정작 그 수익에서는 멀리 배제된 스태프와 단역배우들이 오히려 제작과정의 재정적 위험을 온몸으로 떠안아온 한국영화산업의 어두운 현실이 최악의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태화 영화인신문고 사무국장과 김종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손아람 문화문제대응모임 공동대표(소설가),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이대훈 미술감독 등 스태프와 배우 대표단도 자리했다.

배우 한석규 씨가 주연으로 나서 촬영 중이던 <아버지의 전쟁>은 19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고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올해 초 촬영을 시작했지만 투자사‧제작사 간 마찰 탓에 지난 4월 13일 촬영이 중단됐다. 연대 모임 측은 “2달 간 촬영에 열심히 임했던 스태프 및 배우들은 일방적으로 촬영중단통보를 받았고 그 동안의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3조의 4에 따르면 제작사는 스태프와 계약체결 시 임금‧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연대모임 측은 제작사 무비엔진이 이 같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표준근로계약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연대모임은 무비엔진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 연장근로, 휴일 등 조항을 위반했고 근로시간대비 임금을 포괄로 지급해 최저임금법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연대모임 측은 우성엔터테인먼트 역시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파견 등 그간 영화 투자사들이 수행해온 관행적 책무를 져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임금 미지급 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제작사에 있지만 투자사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좋은 영화라는 건 노동으로 인해 구체화되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전쟁 역시, 좋은 영화를 만들려했다는 의도를 말하지만 좋은 영화를 기획하기 위해선 좋은 노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노동의 대가는 반드시 지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아람 문화문제대응모임 공동대표는 영화 흥행의 성공은 제작사와 투자사가 가져가면서 제작 중단 피해는 고스란히 스태프들이 가져간다는 말로 현 상황을 문제 삼았다.

한편 이번 논란은 연출자인 임성찬 감독 SNS에 의해 불거졌다. 임 감독은 지난 12일 SNS를 통해 “ 이 영화의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고백하려 한다”며 “갑자기 촬영중단을 통보받았다. 현재 50명도 채 안 되는 스태프들과 단역배우들의 미지급된 임금은 다 합쳐 2억여원”이라고 밝혔었다.

이후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가 다음날(13일) 공식입장을 내고 “제작비 지급 중단의 이유는 제작사가 영화의 당사자인 고 김훈 중위 유족의 제작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며 “제작 중단 시점까지 순제작비 약 30억원 중 총 23억원 가량의 금액을 모두 지급했다”고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이튿날(14일) 제작사 무비엔진이 반박입장을 통해 “시나리오 개발 전에 고(故) 김훈 중위 유가족에게 영화 제작 계획을 설명하고 흔쾌히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을 진행하던 중 시나리오 상 불가피하게 묘사된 영화적 픽션 때문에 유가족과 이견이 생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사는 미지급 보수채무 중 2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제작사의 지분 및 판권의 양도를 요청했다. 동시에 미지급액의 50~70% 지불을 약속하는 합의서를 스태프들과 체결했다”며 “그러나 투자사는 차일피일 위 합의서 체결을 미루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임금체불을 하게 된 것”이라고 책임을 투자사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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