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꺼짐 등으로 대형 사고 유발 가능성…전방추돌 경보기능 추가가 현실적 대안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상용차에 자동긴급제동장치(AEB)를 추가 장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재 운행되고 있는 차량에 자동긴급 제동장치(AEB)를 추가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상용차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의무화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AEB가 입법 과정에서 누락되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신차가 아닌 기존 운행중인 차량에 추가로 탑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주행 중인 차량에 AEB를 추가 장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내년부터 신규 출시되는 길이 11m 이상의 대형 승합차는 AEB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2019년부터는 차량 총중량이 20톤을 초과하는 화물 특수자동차에 확대 적용된다. AEB는 센서를 통해 위험을 감지,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차량에 AEB를 추가 장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엔진에 추가 장착이 가능한 것도 아닐뿐더러, AEB를 추가 장착하는 것보다 AEB가 장착된 신차를 구매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AEB 장착 관련해서 국제 기준에 맞춰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자동차 기술 기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58협정이라 불리는 유럽 중심의 UN ECE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GTR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UN ECE에 가입해 유럽 기준을 따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AEB 의무화 범위는 ECE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앞으로 계속해서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AEB가 실제 사고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모든 차량에 AEB를 장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기술과 비용 시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출시되는 차량에만 AEB 장착을 의무화하고 그 대상 범위를 늘려나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AEB는 엔진과 관련된 부분이라서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차를 개발할 때 핸들, 브레이크, 엔진 등 각종 제동시험을 다 거쳐 최적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AEB를 추가로 장착하는 경우에는 이런 부분들이 고려되지 않아서 엔진이 꺼지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전방추돌 경고장치(FCWS)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AEB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FCWS가 차선이탈 경고장치(LDWS)처럼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범용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FCW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봉평터널 추돌사고에 이어 지난 10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대형 버스로 인한 추돌사고가 발생하며 FCWS 의무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FCWS 기능이 추가된 LDWS 조기 도입을 놓고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LDWS는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을 울려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내년부터 새로 출시되는 상용차 장착이 의무화될 뿐만 아니라 현재 등록된 차량에도 장착이 의무화된다.

 

다만 내일부터 LDWS 의무화가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술인증기준이 나오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다. ADAS 부품 업체 관계자는 어떤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기술인증기준이 언제 나오는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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