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규제 문제 발목잡아…"개방형 규제체제로 전환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와 스타트업 간 갈등이 빈발하면서 사업 베끼기와 규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시행 사업이 기존 스타트업 서비스와 유사한 정부 사업뿐만 아니라 금융, 자율주행 등 정해진 규제도 많아 스타트업 성장을 억제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사업 성격상 특허권에 민감하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에서 일명 카피캣(Copycat)논란이 불거질 경우 피해가 큰 탓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와 대기업에서 비슷한 사업을 출시하면 인프라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허권 분쟁으로 가더라도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소송을 길게 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스타트업의 불협화음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해외개별관광객(FIT) 유치를 위한 콘텐츠 및 관광코스개발’과 ‘FIT 온라인 포털 서비스 구축’ 사업 참여자를 모집했다. FIT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개별자유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여행상품이다.

이에 FIT관광 스타트업들은 일종의 ‘사업 베끼기’가 아니냐며 반발했다. 기존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유료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시장을 독점하려는 행태라는 것이다. 사전에 공사와 FIT스타트업 간 회의가 있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정부 차원에서 단독 사업을 벌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는 스타트업 서비스와는 운영 취지가 다르다며, 외국관광 유치를 위해 웹사이트에 스타트업 상품까지 같이 올려 홍보하려 한다고 해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가 스타트업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많다. 경찰청은 스타트업 더치트의 사기범정보 앱을, 서울시교육정보원은 바풀 공부 앱 서비스를 카피했다”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상생해나간다는 정부가 사업을 똑같이 만든다면 (업계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답답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 규제 또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 서울이 13일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국내 스타트업 법인 수는 지난해 9만6000개로 2011년의 3만1000개에 비해 5년사이 3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는 규제 등 질적 성장은 정체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버, 에어비앤비 등 해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국내 현행법을 적용한다면 대부분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스타트업 기업 중 13곳은 사업 시작도 불가능하고, 44곳은 일부 조건을 바꿔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규제 환경에서는 신규 사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할 단계가 많다. 이 가운데는 신규사업모델이 기존 사업 분류에 속하지 못할 경우, 사업 요건이 오프라인 거래 환경으로 정해져 있어 진입할 수 없거나 비용이 드는 경우, 그림자 규제 등으로 제한을 받는 경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금융, O2O서비스, 헬스케어 분야가 주로 규제 피해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철폐가 더딘 상황에서 뒤로는 스타트업 사업모델을 베끼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없애고 민간 중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는 “ 높은 규제 장벽이 국내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진입 장벽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개방형 규제 체제로의 전환과 규제의 신설 및 강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 마련, 전통 산업 종사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안전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