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 13곳중 1순위 청약 마감된 곳 전무…사드보복조치·치솟은 분양가로 수요 위축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관광산업 호조, 각종 대규모 개발계획 추진으로 장기간 호황세를 타 온 제주도 주택분양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집값 상승률은 20%에 육박해 전국 시·도 단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선 1순위 청약마감 단지가 0건일 정도로 인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 본격화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외부 투자수요 유입이 급격히 줄었고, 그동안 외지인들의 투자로 인해 실수요자가 접근하기엔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1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도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총 13곳 가운데 1순위 청약 마감을 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두 곳의 사업장에서 총 102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청약자는 4명에 불과해 평균 청약경쟁률은 0.05대 1에도 채 못미쳤다.

지난해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한진중공업이 도남동에서 분양한 ‘해모로 리치힐’의 경우 160여 가구 모집에 2만여 명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은 130대 1까지 치솟았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460만원으로 서울 강북의 일부 자치구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분양한 ‘한화 꿈에그린’은 262대 1로 제주 주택시장에 축포를 터뜨렸다.

투자자 신원은 남녀노소에 지역불문이었다. 지난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제주 부동산 시장 동향점검’에 따르면 제주도 외 지역 거주자가 세컨드하우스 보유 차원에서 주택을 매입한 비중은 2010년 16%에서 지난해 23.1%까지 늘었다. 관광객 대상 게스트하우스 운영 차원에서 청약에 목메던 외부 주택수요도 부쩍 증가했다.

그러나 이렇게 고공행진할것만 같던 제주 주택시장 활황세가 올초부터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가 꼽힌다. 제주도는 외부 투자수요 유입이 어느지역보다 많은데 중국 관광객이 줄자 그동안 제주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오던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민들이 실거주용으로 사들이기엔 제주도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지역제한이 없는 청약제도 특성상 단기차익 목적의 투기적 수요가 동반되면서 수년 새 집값이 과열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노형동에 위치한 ‘노형2차아이파크’ 전용 84㎡의 경우 7억8000만원~8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강남권 아파트 가격 수준에 근접해 있다.

신축단지 미분양 물량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분양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1가구였던 제주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 기준 971가구로 3.5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주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치솟아 피로감이 누적된만큼, 추후 분양될 단지들의 가격 추격보다는 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차이나 머니가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가, 단기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게 부담요인”이라며 “주택가격 조정은 장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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