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발 지각변동? 낸드시장 구도 영향 없다”…“中 인력 채가기 조심해야”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승우 연구원. / 사진=최형균 기자

(⑦ 이승우 연구원 인터뷰에 이어)

당초 도시바 메모리가 매물로 나오자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컨소시엄 형태로 삼성전자 아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 후 시장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나?

시장에 끼칠 영향이 별로 없다. 과거에도 D램 시장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몇 차례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시장을 주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1990년대 후반에 모토로라와 지멘스가 D램 사업을 합쳤다. 당시 모토로라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였다. 독일 총아였던 지멘스도 유럽 최고 회사였다. 큰 풍파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결국 사라졌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서 만든 게 하이닉스 아닌가. 정부 자금이 들어가서 간신히 살려내지 않았나. 미국 IBM과 대만 난야가 손잡고 D램 사업을 했지만 없어졌다. 일본 내 기술력 좋은 업체들끼리 엘피다(Elpida)로 통합됐지만 센세이션을 전혀 일으키지 못했다. 도시바를 누가 가지고 가건 그게 낸드플래시 시장에 새 변수가 되지는 않을 걸로 본다.

다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새 기업이 등장해 (도시바 메모리를) 가져가게 되면 더 밀려날 가능성이 있으니 방어를 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고 본 거다. 삼성전자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큰 변수로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일본 언론에서 매일 새 소식이 나오는 형국이다.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WD),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과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도시바 내부에서는 WD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안 좋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WD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홍하이로 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한미일 컨소시엄으로 갈텐데, 세부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일본 여론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나. 사실 반도체하면 일본이 최고였는데, 현재는 한국 삼성전자에 밀렸다. 여기에 도시바까지 불법 회계 스캔들에 걸려 (한국에) 내주면 어떡하나라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국면도) 이 여론에 대응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시장구도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 시장구도가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인가? 중국발 위협론은 사실상 의미를 잃어버린 셈인가?

언젠가는 중국이 치고 들어오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특정 기업을 M&A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괜히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려 후발업체들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실익도 크지 않다. D램에 투자를 늘려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가 힘들어지면 중국이 ‘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기업이 힘들어지면 ‘중국과 손을 잡자’, ‘중국의 자본을 빌리자’라는 식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그렇게 될 뻔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면서 업체들이 큰돈을 벌고 있다. 결국 중국도 D램, 낸드플래시를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은) 자강론으로 갈 거다. (이 때문에) 중국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갖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현재 시장점유율 구도인 5:3:2가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로서는 가장 유리한 구도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낸드플래시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애플 아이폰이 팔릴수록 삼성전자가 돈을 버는 구조가 구축됐는데?

플레이어가 없다. 도시바가 저 지경이 돼서 불안하지 않나. 만약 도시바가 무너지면 아이폰을 못 만드는 거니까. 그러니 가장 안정된 공급처인 삼성전자와 거래할 수밖에 없다. 딜레마다. (삼성전자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데 반도체 시장에선 최대 고객이다.

IM(IT-모바일)부문은 어떻게 될까?

당장 접는 스마트폰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스마트폰 성장률이 둔화된 건 사실이다. 갤럭시S8도 잘 만들었다고 했지만 시장 기대만큼 팔리진 않았다. 가장 정확하다고 불리는 구글트렌드로 분석해 봐도 갤럭시S7보다 갤럭시S8 검색량이 더 낮았다. 결국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적당한 선에서 안정화되는 비즈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호황 덕을 보고 있다. 호황 후에도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게 그거 아닌가. ‘선제적 투자 어서 해야 하니 이재용 부회장님 나오게 해달라’. 어떻게 보면 D램 같은 경우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덜해서’ 상황이 좋아진 영향도 있다. 즉 선제적 투자 효과라는 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얘기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다운턴’이 올텐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그 충격이 크진 않을 것 같다. 하나 굳이 리스크를 꼽자면 가능성은 많이 떨어졌지만 중국 업체들의 인력 채가기다. 이미 (중국업체의 그런 움직임들이) 들려오고 있다.

다만 과거 망했던 회사들(모토로라, 노키아)도 망하기 직전 실적이 가장 좋았다. 또 실리콘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새 반도체 소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옛것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가 삼성전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삼성전자를 이끄는 기술들, 즉 D램이나 낸드플래시나 OLED가 이재용 부회장 덕에 열매를 맺은 건가. 그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본다면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변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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