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영업이익 글로벌 2위 전망”…“평택 투자 30조원, 많은 돈 아냐”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승우 연구원. / 사진=최형균 기자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이 심상치 않다. 2분기 기준으로는 전세계 비(非)금융업체 중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반도체 제왕으로 꼽히던 인텔도 24년 만에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낸 결과라 더 이야깃거리가 됐다.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기여하는 비중이 60% 안팎에 이를 정도다. 이에 본지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사)을 만나 현안을 들어봤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최정상급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분기마다 역대 최대치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호실적을 냈던 2013년과 달리 반도체의 압도적 기여율이 단연 특징이다. 중소형 OLED도 덩달아 호황이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실적이 좋았다. 반도체에서 가장 큰 수요를 차지하는 게 스마트폰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PC부문은 마이너스다. 그럼 뭐가 좋은가? 요새 ‘브랜드 뉴 디맨드’(Brand New Demand)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다. ‘뉴브랜드’는 말 그대로 신상품이다. ‘브랜드뉴’는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이다. 그런 수요가 나오고 있다. 새 패러다임 덕에 스마트폰 부진에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실적이 확실히 좋으니 반도체 업체들도 이에 맞춰 투자에 돌입했다. (현재는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이 안서니 업체들도 투자에 조심스레 접근한다. (역설적으로) 이 덕에 가격이 강세다. 반도체를 쓰는 제품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겠지만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정돼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전쟁은 이제 성패가 완전히 갈린 건가?

아마 올해 설비투자도 삼성전자가 인텔에 2배 앞설 것 같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만 계속 할 수는 없다. 다른 업체들의 추격이 늦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치고 나가면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분야에선 적정 수준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며 갈 것이다. 결국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건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다. 인텔도 파운드리를 할 수는 있다. 인텔은 그간 경쟁자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 AMD가 서버분야에서 상당히 괜찮은 제품을 낸 것 같다. 서버 시장에서 인텔 점유율이 98~99%다. 여기서 AMD가 (점유율을) 조금만 뺏어 와도 과거 인텔이 가지고 있던 압도적 지위는 약화될 수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확실히 이긴다. 내년에도 매출이 앞설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삼성전자가 상당히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비금융업체 중 세계 1위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으로 전망했을 때 글로벌 IT 기업 중 삼성전자의 위치를 어느 선으로 보나?

2등이다. 애플은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가 영업이익 615억달러(약 70조원)다. 삼성전자는 55조원을 전망한다. 3위가 구글, 4위가 마이크로소프트다.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전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제조업체 랭킹을 매겨봤다. 2006~2007년에는 다 석유회사였다. 엑손모빌(Exxonmobil), 셸(Shell), BP, 쉐브론(Chevron)이 상위권이었다. 지금은 다 IT기업들로 바뀌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강력한 투자의지를 밝혔다.

예전에는 전자업체들 내부에 반도체 사업부가 있었다. IBM도 컴퓨터 사업부 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부를 뒀었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도체 투자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니 바뀌었다. 파운드리 모델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 경쟁력은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보다 떨어지니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면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은 반도체 전체 시장보다 더 크게 성장하리라고 본다. 삼성전자가 더 이상 D램을 투자할 수 없다. 이미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독과점 규제에 걸리고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라인을 가동하면서 대규모 추가투자계획까지 내놨다. 평택에만 30조원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적정한 선이라고 보나?

사실 많은 돈이 아니다. 올해 반도체부문 영업이익만 33조원에 이를 것 같다. 그리고 평택에 투자하는 30조원 중 14조원은 이미 집행한 게 아닌가. 돈 벌어서 뭐하겠나(웃음). 버는 돈으로 자사주 매입할 바에야 투자하는 게 낫다. 추정치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 30조원 정도를 투자하리라 전망한다. 그 중 D램에 쓰이는 돈은 4조원 정도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분야임에도 그렇다. 낸드플래시 투자는 전체 절반 정도인 14조원, 나머지는 유틸리티 투자와 파운드리 투자로 보고 있다.

평택 라인을 통해 생산량이 늘어나게 될 텐데, 지금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수요와 공급 불일치 덕을 봤다는 걸 고려하면 되레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D램은 책상이고 낸드플래시는 책꽂이와 같다. 책상이란 건 작업대라는 의미다. 책상이 넓으면 좋다. 동시에 여러 개를 펴놓고 일할 수 있으니 좁은 것보다 넓은 게 당연히 효율성에서 낫다. 그렇다고 책상이 100미터가 될 필요는 없다. 책꽂이는 다르다. 배운 걸 다 꽂아 넣으면 되니까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그게 D램과 낸드플래시의 차이다. D램은 수요를 감안할 때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확확’ 떨어진다. 떨어진다고 해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즉, 안 떨어지는 게 좋은 거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더 많이 생긴다. 낸드플래시 투자는 많이 해도 기회가 상당히 많다.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앞선 삼성전자로서는 당연히 투자할 만하다.

SK하이닉스의 추격 가능성은 없을까? 72단 낸드로 삼성전자를 추격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실제 72단 양상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시바도 96단 얘기를 언론에 얘기하지만 지켜봐야 한다. SK하이닉스나 도시바가 ‘단수’ 얘기를 하는 게 (도시바 메모리) 매각 협상을 앞두고 기술력 있다는 걸 내세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는 좁히기 만만치 않다.
 

(이승우 연구원 인터뷰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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