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연합회 “단통법 취지에 어긋난다”

6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상담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발표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이 현실화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창조부가 직접 공문을 보내오면 집단 반발에 돌입할 태세다.

1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9월 1일부터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통신비 대책 주요과제의 월별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통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는 기류가 읽힌다. 미래부에서 이통사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에 대한 공문을 보내면 이통 3사는 가처분 신청 등 행정 소송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특별한 지시나 공문이 오기 전까지는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피해액조차도 추정하지 않았다. 추정치를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새로운 제도에 대한 준비 자세라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미래부로부터 본격적인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관련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율을 올리는 것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통법의 본래 취지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통해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확보하는 것인데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율을 조정해 가계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고시에 따라 미래부가 5% 범위로 선택약정할인율 인하‧인상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20% 자체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통사 측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강제성이 시장 자율을 파괴하고 가격 통제권을 정부가 쥐게 돼 월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마련해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통신사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의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악순환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라서 가계 통신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럴 때마다 매년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 조정을 할 수 있겠느냐”며 “시장 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에도 수많은 마케터들이 있고 대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대책을 내놓을 수가 없다”며 “뭘 해도 더 저렴하게 해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택약정할인은 휴대전화 구입 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나 중고폰, 공기계 이용자에게 약정 기간 동안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앞서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현재 선택약정할인 가입 시 제공되는 요금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다. 국정위는 연간 2200만명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정위가 시행 준비에 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미래부가 시행일을 좀 더 구체화했다. 미래부는 현재 이동통신사 영업 보고서를 바탕으로 요금할인율 산정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통사의 행정소송에 대비해 관련 법률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번 달 말 이통사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을 통보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별도의 법 개정 없이 고시 개정만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현재 20%인 할인율에다 ±5% 까지 수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최대 할인율을 적용해 25% 할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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