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추이는 단기간 아닌 분기‧연간 파악해야…투자심사역 확충하자는 의견도

 

바이오의료 분야는 5월까지 누적 투자액 102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바이오의료 벤처 투자가 5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투자액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 사태 등으로 약세였던 바이오의료가 올해부터 다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바이오 벤처 투자를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업종별 벤처 투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투자액 1480억원으로 집계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바이오의료 분야는 5월까지 누적 투자액 10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5월까지 투자액은 1471억원으로 올해 투자액보다 448억원이 더 많다.

올 들어 바이오의료 월별 투자액은 소폭 오르고 있었던 추세였다. 월별 투자액을 살펴보면 2월 134억원, 3월 307억원, 4월 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는 약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5월 투자액은 전달보다 218억원 줄어든 157억원으로 집계되며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바이오의료는 벤처캐피탈(VC)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였다. 2016년 전체 벤처투자액 4686억원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다. 국내 제약사들이 연달아 다국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진출에서도 가능성을 보인 덕이었다. 또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에 관심을 보이며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액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5~2016년도 최대 투자액에 비해 급격히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한미약품 늑장공시 및 기술수출 계약해지 사태 이후 바이오의료 투 대한 투자 심리가 식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동시에 제약바이오테크 주가도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벤처 투자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제약사 논란으로 인한 하락세가 너무 오래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투자는 단기간 추세로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제약이나 바이오의료 산업은 의약품 임상과 보건당국 승인 등 거쳐야할 절차가 많고, 출시됐다 하더라도 시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바이오의료 분야가 5월 투자액이 감소했다고 해서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바이오 벤처투자 추이는 한 두 달이 아닌 분기나 연단위 추세를 봐야 한다. 5월 투자액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다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 애매한 해석”이라며 “오히려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벤처 투자가 급증했던 것이다. 지금도 벤처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 내 바이오벤처를 잘 이해하고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심사역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절차와 규제가 있는 바이오벤처 기술 환경을 파악하는 전문가들이 투자업계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성격을 이해하고 투자 리스크를 감안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문여정 인터베스트 이사는 “대기업, 바이오벤처, 글로벌제약사 등에서 바이오벤처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 교수와 전문 경영인의 조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바이오벤처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의 씨드머니부터 팔로우온까지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 또 바이오산업 성장을 고민하고 투자하는 창투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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