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점유율 12%, 2년 만에 최저치…반등 첨병 ‘군함도’ 높은 손익분기점이 변수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 사진=CJ E&M

점유율 12%. 영화 투자배급시장업계 최강자 CJ E&M과 정말 안 어울리는 숫자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1분기와 비교하면 겨우 반타작에 그친 셈이다. 2분기 내놓은 두 작품이 모두 기대치를 크게 밑돈 탓이다. 그나마도 올해 흥행스코어 1위인 ‘공조’(1분기 개봉)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어서 적자 폭을 줄였다.

분수령은 충무로 최대 성수기인 3분기다. CJ E&M의 올해 텐트폴(주력작)은 7월에 나오는 ‘군함도’다. 일단 군함도는 성공공식을 갖춘 채 시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막대한 제작비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워낙 높아 위험요인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자료와 통합전산망을 종합하면 CJ E&M의 2분기(4~6월) 배급사 점유율은 12%다. 5월 외화 ‘보스베이비’ 덕에 22.7%(한국영화 점유율 29.2%)로 반등했지만 4월과 6월의 부진이 워낙 컸다. 4월의 경우 한국영화 점유율이 18.2%로 선전했지만 전체영화 점유율이 7%로 내려앉았다. 앞서 1분기(1~3월) CJ E&M의 전체 영화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은 25.8%로 2위에 두 배 앞선 1위였다. 이 기간 한국영화 점유율은 50%에 육박했었다.

영화를 내놓지 않았을까? CJ E&M은 3개월 간 매달 주요 한국영화를 투자배급해왔다. 다른 3강(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보다 훨씬 적극적인 행보다. CJ E&M은 4월에 ‘임금님의 사건수첩’, 5월에 ‘불한당’, 6월에 ‘리얼’을 투자배급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최종 163만 관객을 모았다. 칸 국제영화제 초청으로 화제를 모았던 불한당은 100만 관객도 모으지 못했다.

6월은 특히 잔인했다. 이달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월간 박스오피스 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달 28일 개봉한 리얼도 현재까지 겨우 45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도리어 같은 계열의 ‘아우’ 격인 CGV아트하우스가 2편(하루, 노무현입니다)을 6~7위에 올려놨다.

이 탓에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영화부문 영업이익도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CJ E&M은 지난해 4분기 영화부문에서만 136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방송부문은 121억원을 벌어들였다. 방송이 벌어도 영화가 까먹는 구조다. 그러다 올해 1분기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18억원~21억원 사이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1분기 개봉작의 수혜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M 배급점유율이 8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그럼에도 지난해 2분기 대비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올해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 공조(1월 개봉)의 제작수익이 2분기에 인식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J E&M 영화부문의 지난해 2분기 영업적자는 66억원이었다.
 

6월 15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황정민, 김수안, 류승완 감독,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분수령은 7~8월이 될 전망이다. 이달 26일에 CJ E&M이 올해 내놓는 최대 텐트폴(주력작) ‘군함도’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이 총출동해 무게감을 더했다.

해외배급 성적도 관심거리다. 군함도는 한국 개봉 다음 주인 8월 4일에 미국에서도 공개된다. CJ E&M에 따르면 캐나다,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에서도 8월 개봉이 확정됐다. 필리핀에서는 9월에 개봉한다. 최윤희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배급팀장은 “해외 여러 배급사들이 군함도가 올해 한국영화 중 메가 히트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결국 해외개봉 이전인 국내개봉 첫 1주일 스코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군함도가 여러모로 성공공식을 갖추고 시장에 나선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단 블록버스터 시대극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해석이 많다. 그간 CJ E&M은 ‘국제시장’과 ‘명량’, ‘광해’ 같은 시대극으로 톡톡한 수익효과를 거둬왔다. 이를 고려했기 때문인지 군함도의 제작발표회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CJ E&M-제작사-연출자 조합의 전적도 기대감을 더한다. 이 영화의 연출자는 잘 알려져 듯이 류승완 감독이다. 제작사는 외유내강이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류 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강 대표 역시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듀서 출신이다. 그간 CJ E&M은 외유내강, 류승완 감독과 베테랑(최종 1341만 관객동원), 베를린(최종 716만 관객동원)이라는 메가 히트작을 만들어왔다. 외유내강과 류 감독은 최근 베를린2 제작 소식도 공식화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제작비가 너무 많이 쓰였다. 영화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군함도의 순제작비는 220억원~270억원 안팎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3억원)를 투자한 ‘옥자’를 예외로 두면 역대 한국영화 최대치다. 역시 300억원 안팎 제작비가 쓰인다고 알려진 ‘신과함께’(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는 1편과 2편이 동시 제작 중이라 상황이 다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정 제작비 회수 손익분기점은 900만명이다. CJ E&M 투자비율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30% 정도의 투자비율을 가정할 경우 배급수익과 합치면 660만명이 손익분기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이 아니라 손해라도 안 보려면 700만 관객 가까이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조를 제외하면 올해 한국영화 중 600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은 아직 없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실제 존재하는 군함도를 재현하는 데 공력을 기울인 터라 제작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7월 들어 홍보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류승완이라는 브랜드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어도 인천상륙작전(705만 관객동원) 스코어는 뛰어넘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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