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이름은’ 이어 또 흥행작 배출…CJ E&M 제외 주력 배급사 부진과 대조

영화 박열의 한 장면.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멀티플렉스 3위업체 메가박스 소속인 플러스엠이 영화 ‘박열’로 홈런을 쳤다. 변수가 없는 한 오늘(6일)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덕에 플러스엠은 올해 초 수입배급한 ‘너의 이름은’에 이어 또 다시 흥행작을 배출했다. 지난해 보인 도드라진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CJ E&M을 제외한 유력 투자배급사들이 부진한 상황이라 역전타의 가능성도 주목된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봉한 박열의 누적관객은 145만 명을 넘어섰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말을 지나 200만 관객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개봉 후 상승세가 꺾였지만 개봉 5일 간 100만 동원 등 오랜만에 나온 한국영화 흥행작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충무로 부활의 서곡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에서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여기서 핵심은 실화라는 데 있다.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은 박열에 등장하는 사건들, 대지진, 6000명 학살, 재판기록, ‘가네코 후미코의 죽음, 문제제기, 괴사진, 그 사진이 일본전역에 미친 여파 등은 사실을 벗어난 것이 전혀 없다. 시기와 날짜가 뒤죽박죽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재구성이라며 시기와 날짜를 확실히 고증해 만들어 낸 영화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화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는 여러 가지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로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은 지난해 2월에도 실제 인물을 다룬 영화 ‘동주’를 내놨었다. 동주의 최종관객 스코어는 117만명이다. 동주는 제작비가 6억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였다. 손익분기점은 겨우 27만명이었다. 그야말로 대성공인 셈이다.

그런데 동주와 박열은 연출자만 같은 게 아니다. 두 영화의 투자배급사는 메가박스 플러스엠이다. 플러스엠은 멀티플렉스 3위 메가박스가 만든 투자배급사다. 2014년 내놓은 첫 영화도 역시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보자’였다. 박열의 제작비는 26억원이다. 동주에 비하면 ‘거액’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한 편당 평균 총제작비는 24억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의 총제작비를 쓴 영화들의 투자수익률은 –42.4%에 그쳤다. 하지만 박열은 개봉 열흘이 안 돼 손익분기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플러스엠도 투자배급 시장에서 보다 영향력을 키울 전망이다. 플러스엠은 지난해부터 도드라지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플러스엠은 한국영화 5편과 외국영화 7편을 배급해 63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관객점유율은 2.9%로 전체 9위다. 수치는 낮지만 내용이 좋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6년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를 통해 “플러스엠은 중·저예산영화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고무적인 한 해를 보냈다”며 “(관객수는) 2015년 대비 110.7% 증가한 수치로 전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고 호평했다.

올해는 훨씬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플러스엠이 수입해 지난 1월 4일 국내에 개봉한 일본영화 ‘너의 이름은’은 365만명의 누적 관객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박열이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새 성장 동력 노릇을 하고 있다. 5월까지 집계된 플러스엠의 관객점유율은 5.5%(관객 450만명)다. 개봉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수치다. 박열의 관객수를 포함하면 이 비율은 눈에 띄게 올라갈 전망이다.

때마침 1위 CJ E&M을 제외한 투자배급사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점도 관심거리다. 투자배급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쇼박스는 현재까지 2편의 영화(프리즌, 특별시민)로 겨우 429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그쳤다. NEW는 1월 개봉한 ‘더킹’ 이후 흥행작이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두드러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각각 ‘곡성’과 ‘밀정’으로 한국 투자배급판도에 균열을 낸 20세기폭스코리아와 워너브러더스코리아도 올해는 부진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 박열에 기대를 건 시선들이 많았지만 박스오피스 1위를 1주일 간 이어갈 지는 예상 못했다”며 “다만 플러스엠에 특별한 성수기 텐트폴(주력작)이 있는 건 아니라서 여름 이후에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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