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 따른 소비 이동 탓…유통업계 “편의점 성장세 빠를 것”

#서울 합정동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진성(가명‧35)씨. 요즘 편의점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평소 좋아하는 라면부터 생수, 즉석밥 그리고 세탁세제까지 모두 편의점에서 구입한다. 요즘같이 덥고 습한 날씨에는 출근하기 전 아이스커피도 잊지 않는다. 야근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혼밥’도 즐긴다. 편의점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물품을 판매하다 보니,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대형마트를 한 달 꼴로 줄였다.

편의점이 폭풍성장을 거듭하며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으로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어느덧 사라지면서 대형마트로 향했던 1~2인 가구 소비자들은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은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면서, 겹치기 골목 출점으로 한 때 주춤했던 성장세가 다시 반등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1인가구의 증가는 편의점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편의점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월 열린 경영이사회의를 통해 이마트 울산 학성점에 대한 폐점을 결정했으며 수원‧월배‧자양‧안산 고잔점의 경우 일렉트로마트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서울 장안점은 기존 점포를 닫고 노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NH투자증권 한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1인 가구화에 따른 가공식품으로의 소비 이동, 온라인 등 대체채널 부상에 따른 M/S(시장점유율) 하락 등 가능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시간차를 두고 일본의 유통업계 트랜드가 그대로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의 대형마트 위기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 대형마트와 비슷한 일본의 종합슈퍼마켓(GMS) 시장의 경우 1997년 약 10조엔(약 110조원)까지 성장세를 이어졌지만 최근 5조엔(약 55조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일본 유통업계 내에서는 종합슈퍼마켓이 소비자 기호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길로 갈 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형마트가 위기 앞에 놓여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편의점은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내실 다지기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매출)는 2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7조2000억원보다 18.6% 늘어났다. 출점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CU는 1만1605개, GS25 1만1587개, 세븐일레븐 8859개, 미니스톱 2394개, 위드미 2109개점 등으로 전국 편의점 개수는 3만6500여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4만개 시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성장세 속에 편의점은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각종 프로모션, PB 상품 등 가격할인을 통한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고객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 화장품, 캐릭터 상품 등 여성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기획상품에 대한 가감한 도전과 금융, 택배, 의약품, 도서, 카페테리아 등도 내부로 끌어들여 편의점은 점차 '골목형 초소형백화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당분간 편의점의 이런 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시장이 일본처럼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판단된다. 편의점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다만 1인 가구에 특화된 상품들이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점 내에서 1인 가구 맞춤형 상품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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