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遠慮] 한미FTA 재협상 대응, 산으로 갈까 두렵다
  • 정기수 기자(guyer73@sisajournal-e.com)
  • 승인 2017.07.03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상 여부 왈가왈부 말고, 시간 들여 실익 거둘 수 있게 준비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5년 만에 사실상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정부도 어느 정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깜짝 발언을 하면서 사안을 급작스레 직면하게 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양측간 재협상을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면서 재협상 여부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사실 공동 선언에서 양국간 교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 정도가 강조됐을 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내딛고 있는, 얼핏 무리하게도 보이는 행보의 속내를 따져보기는 어렵지 않다. 한미 FTA 재협상의 기정사실화는 물론,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복안이다.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이상 이젠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 대응의 초점도 재협상 여부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 협정문 내에도 일방의 재협상 요구시 상대방은 응해야 하는 게 의무로 적시돼 있는 만큼, 이제 한미 FTA 재협상은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구체적인 현실이 됐다.


이번 정상회담의 후속절차로 FTA 재협상 여부를 판단할 양국 공동 협의체가 조만간 꾸려져 이르면 이달부터 실무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양국간 접근 방식에는 선명한 온도차가 있다. 우리 측이 한미 FTA가 정말 미국에 불리한 협상인지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자는 것과 달리, 미국은 재협상 개시의 사전준비 절차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다만 한 쪽에서 한미 FTA 종료를 원할 경우 상대국 통보 뒤 180일 이후 종료가 명시돼 있고 미국 내 의회 회람과 토론 등 절차를 감안하면, 일러도 내년께나 재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부 행정부의 최대 현안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코 앞에 닥쳐 한미 FTA 재협상에 신경 쓸 여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기는 차치하더라도 한미 FTA가 재협상이든 추가 협의든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지도 아직 미지수다. 다만 만약 손질이 불가피한 입장에 처한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국익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실 미국 측이 주장하는 불공정 교역 주장은 따지고 들면 우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은 상품 분야에서 흑자를,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흑자를 얻는 추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상품 분야 수지는 276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 분야에서는 100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분야 대미 적자 규모는 FTA 발효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1~2016년 한국의 세계 교역은 13.0% 감소한 반면 한미 교역은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2011년 8.50%에서 2016년 10.64%로 2.14%포인트 상승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서비스업 중심 경제 구조이고, 한국은 제조업 중심”이라면서 ​양국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발생한 이유는 한미 FTA 탓이 아니라, 최근 미국 수입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팩트(Fact)​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 차이에 기인한 것일 뿐, 단순히 한미 FTA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꼽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2% 증가한 반면,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37%나 증가했다. 올해 1~5월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감소했다. 게다가 미국 측이 트집 잡은 우회 덤핑 문제도 설득력이 없다. 중국산 철강이 우리나라를 통해 나가는 물량이 전체 수출 물량의 2%에 불과하다.

다만 한미 FTA가 실제로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양국 경제 미치는 영향은 미국보단 우리에게 더 클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664억 73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3.4%를 차지했다. 단일 국가로는 중국(28.1%) 다음으로 높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날린 이상 이제 한미 FTA 재협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동맹 관계라고 해서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도 지양되고 있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우리만 이익을 얻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한미 FTA 재협상은 그들이 내세운 보호무역주의의 기치다. 미국의 불만을 해소하면서 우리의 잇속도 챙기는 협상의 묘를 발휘하기에 쉽지 않을 여건임에는 너무도 분명하다.

 

명백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FTA 발효로 양국 모두 이익을 보고 있는 점을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진의가 분명해진 만큼, 이제는 양국간 입장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실익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을 관련 산업계와 함께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재협상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 할 때가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재협상의 주도권을 틀어잡는 기지(機智)로 이어질 묘수(妙手)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기수 기자
정기수 기자
guyer73@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