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QM6 핵심부품 수입, OEM 판매 늘며 악순환…매출 대비 부품매입액 비중도 커져

르노삼성이 많이 팔기 위해 더 많은 부품을 사와야 하는 부품 수입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3년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꾸준히 르노와 닛산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가져오는 부품 매입액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르노삼성은 내부 매입 거래에 2조50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75% 넘는 부품 국산화를 이룬 만큼, 내부 매입 거래액이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대조된다. 부품 국산화를 통해 떠들석하게 내세운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기치도 빛이 바랜 모양새다.

지난 4월 르노삼성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특수관계자로 엮여 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의 매입거래에 총 2조4670억원을 들였다. 지난해 1조2392억원과 비교해 99% 넘게 늘었다. 르노그룹 금융 계열사인 르노파이낸스의 대여금 상환 7500억원을 고려해도 1년 사이 내부 매입 거래액은 38.6% 급증했다. 2013년 5539억원이었던 특수관계자 매입 거래액이 3년 만에 3배로 뛴 셈이다.

2013년 르노삼성이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가 내부 매입 거래액 증가 기폭제가 됐다. QM3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형식으로 르노삼성이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차다. 르노삼성은 QM3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준중형 SUV 로그 위탁생산에 나서며 부품 매입액을 늘렸다. 르노삼성은 닛산에서 사온 부품을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로그를 생산한다. 판매량과 특수관계자 매입거래액이 비례하는 이유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실제로 2015년 QM3와 로그 판매량이 각각 2014년보다 35%, 344.2% 늘자 특수관계자 매입 거래액도 8874억원에서 1조2377억원으로 39.4% 증가했다. 특히 QM3 수입과 로그 반조립 부품 수입에 들어간 차량·부품 항목 매입액이 전체 매입 거래액 증가분의 96.2%를 차지했다. 나머지 항목 중 연구비와 광고촉진비 등 기타비용은 637억원으로 39% 증가했지만, 기술사용료는 499억원으로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부품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르노삼성은 SM6 등에 장착되는 1.6ℓ GDI 터보 MR엔진과 2.0ℓ GDI MR엔진 생산에 필요한 실린더 블록, 실린더 헤드 등 핵심 부품 생산 시설을 부산공장으로 끌어오기도 했다. 판매량과 매출이 늘어날수록 커지는 내부 매입 거래액이 커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르노삼성은 SM6의 파워트레인을 포함한 전체 부품의 70%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내부 매입 거래액은 재차 급증했다. 앞서 르노삼성이 밝힌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 부품의 국산화가 75% 정도 이뤄진 만큼, 이들 차량 때문에 내부 매입 거래액이 많이 증가하진 않을 것”이란 자신도 허언이 됐다. 지난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부 매입 거래액이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지난해 차량·부품 매입액은 1조5343억원으로 전년 1조1242억원보다 36.5% 증가했다.

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 등에 장착되는 1.6ℓ GDI 터보 MR엔진. /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게다가 그동안 르노삼성의 내부 매입 거래액 증가를 이끌어 온 QM3와 로그는 지난해 15만1610대가 팔리는데 그치며 전년 14만2119대와 비교해 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4101억원으로 훌쩍 늘어난 차량·부품 매입액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부품 국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SM6와 QM6 핵심 부품은 여전히 모두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이 판매 대수와 매출액에 비례해 모기업인 르노와 닛산에 지급하는 기술사용료 역시 전년 498억원에서 지난해 1172억원으로 135% 늘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시장 전체 판매량이 전년보다 38.8%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내부 매입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매출액 대비 내부 매입 거래액 비중은 39.5%로 지난해 24.7%보다 14.8%포인트 늘었다.

한편 르노삼성이 올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모두 OEM 형식으로 수입·판매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내부 매입 거래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 기준 지난해보다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 기술사용료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누적 판매량은 4만38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6139대보다 21.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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