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모델로 해외서 급부상…국내는 불확실성 탓에 아직 투자 미미

보험사가 인슈어테크(InsureTech)를 이해하고 산업 변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보험과 기술을 접목한 인슈어테크(Insure+Tech)가 보험업계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증권 등에 비해 보험업계는 여전히 대면거래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도 4차 산업혁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정보기술(IT)의 합성어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업계 핀테크를 말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현재 국제 수준의 인슈어테크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인슈어테크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보험사마다 인슈어테크를 활용해 비대면 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보험 모델 연구에 나서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에스앤피(S&P)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의 인슈어테크 투자규모는 25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 중국의 인슈어테크 비중은 10억 달러로 집계된다.

미국 프로그레시브 사에서는 90년대 말부터 보험가격을 결정하는 텔레매틱스를 활용하고 있다. 운전습관 연계 보험(UBI·Usage Based Insurance)으로 안전운전을 할수록 보험금이 저렴해진다. 

일본 후코쿠생명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험금 등 지급을 하고 있다. 후코쿠생명은 보험금 청구 직원을 대신해 병원 기록 등 정보를 분석한다. 이에 보험금 지급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AI 운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직원과 AI 영역을 구분하고 조합하는 방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인슈어테크 도입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지문, 홍채 등을 이용해 본인확인이 가능한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갤럭시S8 출시와 동시에 지문과 홍채인증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삼성패스에서 생체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이용할 수 있다.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 역시 생체인증만으로도 보험료 계산과 보험계약 체결, 계약 조회, 증명서 발급 등을 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교보생명은 블록체인과 IoT 간편 인증기술을 활용해 보험계약자에게 실손보험금 등 소액보험금을 자동지급하는 서비스를 추진한다.

과거처럼 보험금을 받기 위해 진료 후 병원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청구하는 복잡한 방식을 없애고 블록체인 기술로 보험금을 자동으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ING생명은 자사 변액보험 펀드상품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매니저의 직관과 감정 등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된다. 지난해 기준 해당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상품의 수익률은 2.48%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게 ING생명 측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인슈어테크 규모에 비하면 국내 보험업계는 여전히 인슈어테크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인슈어테크 글로벌 투자가 7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국내 투자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슈어테크 개념조차 보험업계에선 생소하다"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 예측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른 금융권처럼 보험업 환경 변화를 이끌만큼 시장이 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보험상품은 일반 은행이나 증권처럼 단기 전환 상품보단 장기성이 높은 상품이 많고 높은 계약 전환 비용이 있어 인슈어테크로 완전 보완하는 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험사가 인슈어테크를 서서히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박소정 서울대 교수는 "인슈어테크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보험의 기본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보험업계의 비약적인 성장속에서도 산업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개막이 생명보험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낳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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