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등장 KBS 자회사, 첫 두 작품 흥행참패…文정부 언론개혁 향방도 변수

KBS가 KBS미디어, KBS N과 공동 출자해 만든 외주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이 창립 후 두 작품을 동시에 내놨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 사진=김태길 에디터

출범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8월 출범한 KBS 자체 외주제작사 몬스터 유니온 얘기다. ‘공룡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까지 감내해가며 등장했지만 막상 첫 두 타석 결과는 초라하다. 여론과 실익을 모두 놓쳐버린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KBS가 주된 언론개혁 타겟이 되면 공영방송의 수익극대화 사례로 의심받아온 몬스터 유니온 설립도 이슈가 될 수 있어서다.

27일 콘텐츠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영된 드라마 ‘최고의 한방’ 16회 시청률은 4.1%다. 지상파인 KBS2를 통해 금‧토요일에 방영 중인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흥행 실패다. 특히 출연 배우 윤손하 씨가 아들 관련 논란으로 입길에 오른 직후부터 시청률이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 방영을 시작한 KBS2 수목 드라마 ‘7일의 왕비’의 최근 시청률은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고시청률(6.9%)을 기록한 회차가 1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청률이 광고판매와 직접적으로 맞물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수익도 기대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드라마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제작사가 몬스터 유니온이기 때문이다. 몬스터 유니온은 KBS가 지난해 8월 KBS미디어, KBS N이 공동 출자해 만든 외주제작사다. KBS가 자체적으로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콘텐츠를 기획‧제작하겠다는 의도를 본격화한 셈이다.

이는 당장 논란거리가 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은 몬스터 유니온 설립에 앞서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방송사가 아예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 제작을 하려 한다”며 “외주 제작 시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었다.

반발의 근거는 명확하다. 외주 제작시장은 1990년 7월 개정된 방송법에 따른 외주 의무편성 제도에서 시작됐다. 2015년의 경우 전체 방송시간의 40% 이내에서 외주 의무편성 비율이 적용됐다.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명분이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는 데 있었다는 점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015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코카포커스’에 발표한 ‘방송 외주제작 25년의 성과와 과제’에서 “의무편성 제도는 제작주체 다원화, 지상파 네트워크 제작부문 분리를 통한 독립제작사 육성, 방송 제작 시장의 지상파 독점해소”를 목표로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제도는 방송 콘텐츠 시장에 경쟁을 촉진시켜 다양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 공급으로 시청자 복지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KBS가 막대한 자본금을 들여 자회사격인 외주제작사를 만들었다. 몬스터 유니온의 각 부문장과 주요 PD들은 대부분 KBS 출신이다. 시민사회 등 일각에서 몬스터 유니온을 두고 ‘공룡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수사를 써온 배경이다. 유통과 제작을 겸하는 일종의 수직계열화라는 비판도 있다. 영화산업에서 제작과 배급을 겸하는 형태와 사실상 똑같아서다. 실제 몬스터 유니온이 창립 후 내놓은 두 작품 모두 KBS2의 황금시간대를 차지했다.
 

5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BS2 ‘최고의 한방’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차은우, 보나, 동현배, 윤손하, 유호진 PD, 차태현, 김민재, 이세영, 윤시윤, 홍경민의 모습. / 사진=뉴스1

설립 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 1월 KBS는 ‘KBS 콘텐츠 계열사 구조 개편안’을 내놓고 KBS 미디어의 드라마부와 몬스터 유니온의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몬스터 유니온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인 셈이다. 이에 다음달 KBS미디어 노조가 집회를 열고 “(해당) 통합계획은 합리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문화산업 분야 관계자는 “KBS라는 지상파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도 결국 기대이하의 성적을 낸 것 아닌가”라며 “최근 각광받는 스튜디오 드래곤 작품과 비교할 때 참신함과 질적 완성도 모두 크게 떨어진다. 다채널에 다플랫폼까지 겹친 미디어 환경이라서 콘텐츠 유통 환경이 좋아도 결국 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혹평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M의 제작 자회사다. ‘굿와이프’, ‘도깨비’, ‘터널’, ‘비밀의 숲’까지 개성 강한 작품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몬스터 유니온은 다음 작품을 스카이TV와 손잡고 내놓기로 했다. 장르는 예능이다. 스카이TV는 스카이드라마(skyDrama), 스카이스포츠(skySports), 스카이엔터(skyENT), 스카이트래블(skyTravel) 등 자체 채널 11개를 운영 중인 국내 2위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다. 수직계열화 논란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스카이TV와 내놓는 콘텐츠가 ‘예능’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업계 안팎에서는 예능보다 드라마의 사업적 활용도가 높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한류시장을 감안할 때 이 장점이 도드라진다. 한 방송사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왜 드라마만 수출하는가라고 자주 물어오는데, 한류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는 드라마 밖에 없다”며 “‘드라마는 완성품 수출, 예능은 포맷 수출’이 수익에 안정적인 구조”라고 밝혔다.

결국 관심사는 몬스터 유니온의 차기 드라마가 차지할 채널로 모아진다. 문제는 이 역시 일종의 딜레마에 휩싸일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시 KBS 채널을 확보하면 수직계열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KBS 외의 지상파(MBC, SBS) 채널 확보는 사정이 녹록치 않다. CJ E&M과 JTBC 등은 자체적으로 지상파를 뛰어넘는 드라마를 이미 내놓고 있다. 지상파에 몰리던 광고주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등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KBS가 언론개혁 논의의 타깃으로 떠오를 가능성 때문이다. 새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공공성을 주된 정책기조로 가져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당장 KBS와 관련해서도 제작 자율성, 방송 공정성 등이 주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학계 일각에서는 제작 자회사와 중간광고 도입 추진 등 공영방송의 수익극대화 의혹을 받아온 문제들도 개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 개혁과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엄격한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심사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장, 사장, 종사자 대표에 대한 청문 △방송사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 △실질적인 시청자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마련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