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교류재단 ‘한류노믹스’ 출간…확산속도 둔화로 미래 불투명

방탄소년단(BTS)이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이하 BBMA)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랩몬스터, 지민, 제이홉. 방탄소년단은 지난 22일 BBMA에 참석해 K팝 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션 멘데스(Shawn Mendes)가 후보에 올랐다. / 사진=뉴스1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에 따른 노골적인 보복 조치에도 한류 수출액은 되레 늘었다. 특히 방송,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 수출액이 11% 넘게 증가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출간한 ‘한류노믹스​에 담긴 내용이다. 재단 측은 다만 한류 확산속도가 크게 둔화하는 탓에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3일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한류의 정량적 효과와 정성적 가치를 아우르는 연구서 《한류노믹스》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 책을 두고 “4차산업혁명의 성장동력과 국정농단의 먹잇감 사이에서 표류하는 한류를 되돌아보고, 한류라는 씨앗에서 탄탄하게 자라난 여러 분야들의 통시적 변화와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종합 분석서”라고 설명했다.

공동저자들은 책에서 한류의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한류효과의 질도 균형 있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연 공감가는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경제효과에 눈길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재 한류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사드 배치 결정 후 한한령(限韩令)이라는 단어가 급격히 확산된 탓이다.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류는 전년 대비 8.4% 늘어난 약 78억5000만 달러(약 8조 9254억원)의 수출을 유발했다.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과 비교하면 14억 달러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총 수출액 중 한류로 인한 문화콘텐츠상품 수출액은 약 32억1000만 달러(약 3조 6619억원)로 전년보다 11.3% 증가했다. 문화콘텐츠상품은 방송,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출판 등을 아우른다.

한류의 간접적 영향을 받는 소비재 수출과 관광 수입액은 약 46억4000만 달러(약 5조2933억원)로 전년 대비 6.4% 늘어났다. 그렇다면 한류와 소비재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확보될까? 최근 한 쇼핑 플랫폼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쇼핑몰 Qoo10재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시점인 5월 응원봉 판매가 전월 대비 130% 급증했다. 이달에도 800개 이상이 판매됐다. 이와 관련해 정용환 Qoo10 수출지원센터 상무는 “한류 문화에 대한 해외 팬들의 애정이 한국 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식의 연결고리도 있다. 가수 이효리 등이 소속된 키위미디어그룹은 일본 대형 여행사 킨키닛폰투어리스트와 한류스타 국내 이벤트 여행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한류와 연계한 이벤트, 공연, 여행사업으로 발걸음을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한류를 매개로 한 이 같은 거래들이 경제효과로 치환돼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8일 오후(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7 한국문화관광대전'에서 베트남 시민들이 한류스타들의 공연에 열광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눈길 끄는 건 결국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약 17조 8493억 원(‘15년 대비 10.5% ↑), 부가가치유발효과 6조 7618억 원(‘15년 대비 12.5% ↑), 취업유발효과 12만 8369명(‘15년 대비 13.6% ↑)으로 집계됐다. 특히 게임, 관광, 식음료 3대 한류 수혜산업 분야의 부가가치유발과 일자리 확대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류의 미래도 화창하기만 할까? 책에서 저자들은 15개국 7200명의 한류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류의 향후 확산과 변화 방향을 예측하는 ‘한류지수’를 개발‧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들에서 한류 확산이 현저하게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역시나 문제는 한한령이었다. 앞서 살폈듯 아직까지 중국에서 한류관련 수출액과 경제효과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다만 재단 측 설명에 따르면 한한령 탓에 중국 내 한류는 대중화단계에서 확산단계로 낮아졌다. 아울러 한류심리지수에 있어서도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그 성장도가 기존보다 한 단계 떨어진 쇠퇴단계로 분석됐다.

이에 저자들은 “한류의 경제적 효과 상승이라는 현재의 산업적 성과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간의 한류 현황과 성과를 다각도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향후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책의 공동저자인 김덕중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사무국장은 “‘한류노믹스’는 한류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타의 편향들을 극복한 한류 생태지도(生態地圖)”라면서, 이 책이 “정부의 정책 수립과 기업의 문화 콘텐츠 수출에 균형 있고 유의미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책의 집필에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연구진을 비롯해 《박스오피스 경제학》의 저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종근 한국외대 국제금융학부 교수, 김승년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이한석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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