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가격 자율성 침해…소비자 혜택 줄여 가맹점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될 것"

한국자영업자총연대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열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및 신규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일반가맹점수수료율 폐지 촉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에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부 가맹점들의 부담을 줄이기위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정책이 결국 신용카드 회원 혜택만 줄일 것이란 지적이다.

 

2015년 말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시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1.5%에서 0.8%로 하향조정했다. 중소가맹점(2~3억원)은 2%에서 1.3%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영세·중소가맹점 대상 기준을 영세 3억원 이하, 중소 5억원 이하로 개정할 방침이다.

이건희 경기대 교수는 22일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신정부의 신용카드 정책, 그리고 신용카드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중소 가맹점 기준을 5억원 이하로 확대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가맹점수의 87%(현재 77%)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며 "당초 예외적으로 일정한 가맹점을 우대하기 위한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카드업계 연간 수익도 3500억원 정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들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차지한다. 연회비 등 기타 카드 수익이 15.5%, 카드론 13.5%, 카드할부 수수료 6.5%, 현금서비스 수수료 5.5%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는 지급결제시스템의 균형적 유지를 위한 가격체계로, 국내 카드시장의 경우 카드회원들의 혜택이 가맹점의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가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카드시장참여자들의 갈등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상품 중 법률로 가격결정 프로세스를 규정하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가 유일하다.

이기환 경기대 교수는 "결국 카드사는 한정된 재원 하에서 손실만회를 위해 회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후생 및 소비감소, 가맹점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부메랑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빅데이터, 핀테크 사업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계의 투자 동력이 떨어져 국내외 경쟁력 약화, 수익악화에 따른 인력 주조조정 및 신규채용 축소 등으로 이어져 신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영세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가맹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임대료 완화, 세액 부담 완화 등을 위한 지원 정책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 역시 "신용카드 시장은 신용카드-가맹점 및 신용카드-소비자라는 양면성이 있고, 가맹점 수수료에는 카드사 수익과 함께 회원혜택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카드사 입장에서 낮은 가맹점 수수료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수익기반은 더 악화돼 그동안 당연시돼 왔던 소비자 헤택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연회비도 증가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이같은 공공재 성격을 띄는 신용카드 지급결제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을 카드 생태계의 구성원 중 누가 부담할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고려돼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보단 수수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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