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遠慮] 방미 경제사절단 따라나서는 재계에 바란다
  • 정기수 기자(guyer73@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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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도, 기업에도 도움 되는 선례 만들길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나서는 해외 방문인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계도 해법 모색을 위해 따라나선다.

회담이 고작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지난 20일에서야 각 기업별 참석자의 윤곽이 잡혔다. 사실 이번 사절단 구성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과거 관(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사절단 구성을 민간에 넘겼다. 경제사절단이라는 이름도 기업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듯한 관료적인 느낌을 준다며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인 전국경제연합회를 대신해 참가기업을 선정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심의위원회를 구성, 부랴부랴 이번주 심의를 거쳤고​ 최종 명단을 확정해 청와대에 제출했다.​ 청와대 승인을 받은 이후 대한상의는 23일 최종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다.

 

당초 전 정권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배후였던 최순실 개인의 사익을 위해 경제사절단이 이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 초기에는 적폐 청산이라는 새 정부의 화두와 맞물려 대기업들의 참가가 배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인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더욱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동행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문경영인(CEO)보다 총수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렸다. 격(格)을 떠나 대규모 투자 결정 등 부담이 뒤따르는 탓이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정부와 재계간 긴장감을 다소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이슈 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번 기회에 대기업들이 제외될 경우 경제외교의 특성상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게 없다”면서 ​되도록 총수나 오너 일가를 비롯해 결정권을 가진 인사가 많이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기업 역시 ‘격’에 맞는 인사를 내세울 수밖에 없어 논의가 실무선에서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동차 부문은 한미 FTA 등 통상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국내 대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자국 내 투자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이번 방미사절단에 참가하는 대기업들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준비한 이유다.

 

이들 기업이 꺼내놓는 투자 보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국면의 전환점을 찾고 있는 새 정부의 대미 경제외교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병석에 누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총수가 참가하지 못하는 삼성그룹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 기간에 삼성이 미국 가전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고령의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가한다. 현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증가에 대응해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 제2공장 증설 논의도 이번 회담에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과 현대차에서는 애초 사장급 인사의 참석이 유력했으나 대한상의 측에서 재차 요청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주요 그룹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각 그룹별로 소폭 차이는 있지만 CEO의 일정은 1개월 전에 정해진다. 총수와 오너 일가 등의 일정도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3개월 전에 대부분 확정된다. 촉박한 일정에 서두른 것 치고는 다행히도 참가자 면면이 구색을 갖췄다.

물론 경제사절단에 많은 기업인을 따라나서게 하는 게 재차 정경유착의 싹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주도권을 잡는 데도, 혹시 모를 공세에 대비할 만한 히든 카드를 꺼내놓기 위해서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20개월 만에 다시 꾸려지는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이 양국간 우호 증진과 경제 현안 등에 대해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 국가에도 좋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선례로 말이다.

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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