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 악화는 낙하산 등 경영진 책임…퇴직 강요시 법적 대응 불사"

KDB생명이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희망퇴직을 이사회에서 통과 시켰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려고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KDB생명보험이 이사회에셔 결국 '희망퇴직'을 의결했다. 지난 이사회에서는 희망퇴직과 관련된 안을 부결한 바 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영 악화가 심화하자 희망퇴직을 진행해 대주주 증자를 받아야 한다는 데 이사회가 전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노조는 희망퇴직은 결국 매각을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사측의 점포축소와 인력퇴출 계획은 직원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22일 KDB생명 노조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21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는 희망퇴직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KDB생명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산업은행 증자를 위한 회사 차원의 자구노력이다. 이에 KDB생명은 인건비 300억원 감축을 목표로 지점을 절반으로 줄이고, 45세 이상·2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KDB생명은 이달 중순에도 이와 관련한 이사회를 열고 희망퇴직 실시의 건을 심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희망퇴직 등은 대주주 증자계획 발표가 선행돼야 하고 보고사안이 아니라 의결 사안이라는 이유로 부결한 바 있다. 그만큼 희망퇴직은 노동자 생존권과 직결됐다는 의미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이 구체적인 인건비 감축액을 공개하고 진행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강요에 의한 인력 감축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사측에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강요가 아닌 문자 그대로 희망퇴직을 받아야 한다"며 "희망퇴직을 강제하거나 희망퇴직을 원치 않는 직원에게 부당한 발령 등으로 직원 내몰기가 나온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KDB생명은 현 경영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본부장, 팀장급 관리자로부터 결의서와 희망퇴직서, 사직서를 받았다. 노조는 일괄로 받은 희망퇴직서와 사직서가 차후 불법 퇴직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밑에는 상무, 상무보, 부장, 팀장 등 수십명의 사인이 들어있다. / 사진=이용우 기자

최근 KDB생명은 현 경영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본부장, 팀장급 등 관리자로부터 결의서와 희망퇴직서, 사직서를 받았다. 현 경영상황 책임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희망퇴직서와 사직서가 차후 불법 퇴직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만약 회사가 일괄로 받은 희망퇴직서나 사직서를 관리자들의 자율적 판단이 아닌 불법 퇴직 수단으로 사용해 강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이는 일반 직원까지 강제 퇴직 분위기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쓰게 했다. 이 때문에 차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불법적 사항에 대해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노조는 최근 발생한 KDB생명 부실 책임은 산업은행에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간섭 뿐 아니라 낙하산 인사를 통해 KDB생명이 고이율 저축성 보험 판매 확대, 채권 매각 등 단기 이익 창출에만 집중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현 상황에 와선 경영 악화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은 미래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경영정책 대신 매각만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장 드러나는 이익을 위해 그동안 우량 채권을 팔아 흑자기업처럼 보이게 했다"며 "이제는 팔 채권도 없다고 한다. 대주주 산업은행과 KDB생명 사측이 단기 성과를 내 매각만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너가 없는 KDB생명 입장에선 산업은행 출신 비전문 낙하산 경영진이 자신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 장기적인 경영 철학을 펼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판매가 잘 되는 저축성 보험 위주로 상품을 팔다보니 저금리 상황에서 역마진이 발생해 연간 1000억원정도의 손실이 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한편 올해 1분기 KDB생명 영업손익은 30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95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할때 급격히 수익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지난 1년 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15억원이다. 2015년(408억원)보다 47.4% 급감했다.

 

KDB 당기순이익은 올해 1분기 226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 1년치 당기순이익도 10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국제회계표준(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이 오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RBC비율도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지난 3월말 기준 KDB생명 RBC비율은 124.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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