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전체 선복량의 1/10, 선사 공급 확대로 운임 급락…3분기 흑자전환 적신호

현대상선이 선박보유량(이하 선복량) 부족과 해운 운임 하락 등 겹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현대상선 선복량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머스크 전체 선복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현대상선 선복량은 37만1705TEU로 글로벌 1위 해운선사 머스크 선복량 383만TEU의 9.7%에 그쳤다. 글로벌 2위 선사인 MSC와 3위 선사 CMA CGM와 비교해도 각각 13.3%, 17.2%로 10%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밖에 세계 7대 선사 선복 규모는 최소 100만TEU 이상에 달한다. 

 

한진해운의 첫 대체선박인 현대상선 현대 포워드호가 부산항 신항 PNIT터미널에 접안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선복량은 선사 이용률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수출화주가 원하는 수출 노선을 운용할 선복이 있어야 선사 이용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통합선사 ONE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1위 선사 지위를 얻었음에도 세계 해운 시장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외 선사를 이용하는 수출화주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국내 선사 수출 물류 환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화주 332곳 가운데 국적 선사 이용이 감소했다고 답한 수출화주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72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0%가 이용 감소 원인으로 선복 부족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머스크와 MSC가 속한 해운동맹 2M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지속을 위해서라도 선복량을 최소 100만TEU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2M과 맺은 동맹은 정식 회원이 아닌 만큼 3년짜리 협력 관계”라며 “정식 회원사가 되기 위해선 선복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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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상선에 선복량 확대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올해 초 올랐던 해운 운임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상하이항운교역소 미주 서안 노선 스팟운임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146달러로 지난 9일 1277달러 대비 10% 하락했다. 지난 1월 13일 1FEU당 2211달러까지 올랐던 미주 서안 운임의 절반 수준이다.

당초 해운업계에서는 올해 초 운임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성수기인 3분기쯤 실적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말을 앞둔 3분기에는 물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내년 3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하면서 운임 상황에 따라 올해 3분기에도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일시적인 흑자가 가능하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다만 운임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손실을 보면서도 공급량을 유지‧확대하면서 운임을 떨어뜨리고 있다. 선두권 선사들이 한진해운 파산에 멈추지 않고 나머지 선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퇴출하게 시키면서 독과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 이후에야 공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앞서 한진해운은 머스크 등 일부 선사들이 1만8000TEU급 선박을 대거 발주하면서 공급량을 늘렸고, 이로 인한 운임 하락의 여파로 세계 7위 파산했다. 이에 공급 과잉이 해소되려면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줄어야 하지만, 내년까지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만 150척이 추가로 건조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시황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 공급 과잉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도 살아남기 위해선 현대상선이 1만TEU급 초대형 선박을 10척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상선이 3년 후 글로벌 해운동맹 시장 체제에서 글로벌 선사로 성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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