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책임 근로자에 떠넘겨…'낙하산' 경영이 근본 원인" 반발

KDB생명 노동조합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KDB생명이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조가 반발하는 등 마찰이 일고 있다. KDB생명 노동조합은 산업은행이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가량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려고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구체적으로 대상을 정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등 KDB생명 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1일 KDB생명 금융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경영설명회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증자 전제 조건으로 KDB생명의 경영정상화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45세 이상 또는 2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며 "이 자체가 대상을 정한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KDB생명 직원 생존권이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노조는 최근 KDB생명이 진행하려는 희망퇴직은 동종업계가 진행했던 희망퇴직과 내용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성 때문이다. 인건비 300억원을 절감해야 한다는 목표액이 있고 지점 수를 50% 수준으로 축소시키면서 20년 이상 근무자 또는 45세 이상 근무자를 희망퇴직 대상자로 못 박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KDB생명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KDB생명 영업이익은 303억원 손실이 났다. 지난해 1분기 295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었다. 특히 지난 1년 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15억원이다. 2015년(408억원)보다 47.4% 급감했다. KDB 당기순이익은 올해 1분기 22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년치 당기순이익도 10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KDB생명 지급여력(RBC)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지난 3월말 기준 KDB생명 RBC비율은 124.35%다. 국제회계표준(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이 오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부채평가방식을 과거시점이 아니라 현재시점으로 산정하면서 과거부터 판매해온 고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아온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FRS17 대비를 위해 KDB생명이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는 1조원 이상될 것으로 추정한다.

KDB생명의 RBC비율을 1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KDB노조에 따르면 KDB생명은 자구노력 일환으로 외부 컨설팅업체인 SIG파트너스와 함께 경영진단을 했다. 이후 인건비 300억원 감축과 50% 지점 축소, 20년 이상 근무자 또는 4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방안이 제시했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한 것은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염두에 둔 외형확장 때문"이라며 "사측은 고이율 저축성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 결국 금리 차 등으로 경영 악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무리하게 매각하려고 이익이 나는 고이율 저축성보험 비중을 키우면서 경영이 부실해졌다는 주장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3차례나 KDB생명 매각에 실패했다.

노조는 보험업을 잘 모르는 산업은행 출신 비전문 낙하산 경영진이 경영악화에 책임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안양수 대표이사와 권영민 총괄부사장은 산업은행 출신이다. 하승훈 상근감사위원은 신한캐피탈 출신으로 보험업 전문가로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경영악화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겨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DB생명 측은 인원 감축이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노조 주장은 산업은행에서 나온 이야기로 반발하고 있다. KDB생명 이사회에선 결정된 게 없다"며 "이사회 결정이 나와야 공식 입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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