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중시하는 독서광…이업종 제휴 등 1등 카드사 지키기 총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 이미지=조현경 기자

"적을 만들어선 안 된다. 진심으로 대하면 절대 어긋날 일이 없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곡선의 미학'이다. 그는 "모든 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며 고객, 협력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것을 강조한다.

임 사장은 지난 14일 카드사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CEO 100일 메시지를 통해 100일동안 신한카드를 잘 이끌어온 임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임 사장은 3CS(창의, 변화, 소통, 학습)를 조직 내에 뿌리내리기 위해 진력하면서, 5대 경영 방침인 D.R.E.A.M(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글로벌 비즈니스와 신사업 육성(Reinforce Growth Engine), 시장과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혜안(Eye of Wisdom)을 강조하고 있다. 임 사장은 100일 기념으로 종각역 한 호프집에서 직원100명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임 사장의 면모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취임 첫 날 오전 7시 출근한 직원들에게 손수 떡을 돌리고 고개 숙여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전국 지점에 '해피트리'화분을 선물하며 "작은 화분을 나무로 키워내듯 회사도 함께 키워보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직원들 중엔 임 사장의 '팬'임을 자처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임 사장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엔 '축적의 시간'을 정독했다. 임 사장과 함께 일했던 신한지주 관계자는 "임 사장은 독서광"이라며 "회의에 참여하는 후배들에게 책과 관련된 내용으로 토론하길 좋아한다"고 전했다. 신한카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책을 많이 읽는 임 사장이 가끔 책 저자 이름을 물을 때 마다 뜨끔하기도 한다”며 “임 사장과 소통을 위해 임직원 모두 독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1등 카드사 물려 받은 임사장…카드업계 경쟁과열은 부담

신한카드는 위성호 전 신한카드사장(현 신한은행장)이 역임할 때부터 업계 1위로 순항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과열되는 카드사 경쟁 속에서 1등 카드사의 수장이 된 임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 4018억원 순익을 올려 지난 1분기보다 170%(2530억원)증가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환입수익 2800억원을 제외하면 1분기 순익은 270억원 가량 줄었다. 신한카드 1분기 카드수익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자산은 2조2859억원에서 2조3262억원으로 1.8% 늘었고, 회원 수는 1209만명에서 4만명 증가한 1213만명에 불과했다.

임 사장은 취임당시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디지털 환경에서 최우선으로 구축하는 '디지털 퍼스트'를 통해 차별된 가치를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신사업 육성 가속화를 약속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인공지능 소리 관리 서비스인 신한카드 판(FAN)페이봇 서비스를 신한카드가 운영하는 모바일 플랫폼 판(FAN) 앱에서 정식 오픈했다. 판 페이봇은 고객 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카드사용 내역을 관리해준다. 생활반경 내 있는 지역별 맛집 추천 기능도 탑재했다. 신한카드는 최근 CJ디지털뮤직과 제휴를 맺고 신한 판에 특화된 음원 전용상품도 출시했다.

"카드사가 더 이상 금융권에 속해 있다는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임 사장이 신세계와 제휴를 맺으며 남긴 말이다. 신한카드는 이종산업과의 결합도 시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신세계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신세계 신한카드는 출시 1달 만에 10만장이 발급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임 사장은 LG유플러스, GS칼텍스와 함께 커넥티드 카 커머스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에 결제수단과 연동되는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하고 이를 스마트폰 앱, 차량 내부 시스템과 연결해 주유, 주차, 픽업 서비스 등에 자동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신한카드는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하반기부터 서울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임 사장은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신용카드 사업 라이선스를 승인받고 현지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현지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CJ등 국내 기업들과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미얀마에선 소액대출 영업도 이어가고 있다.

◇라응찬 회장 인물 꼬리표…자녀 취업 특혜 논란에 '곤혹'

임 사장은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편에 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임 사장이 신한카드 수장에 오를 당시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 사장은 “오랜 기간 옆에서 라 전 회장을 모셨다"면서도 "이번 인사는 라 전 회장과 관계없을 뿐더러 한동우 신한 회장이 인사를 관장한다"고 말한바 있다.

임 사장은 자녀가 신한카드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또 한 번 곤혹을 치렀다. 임 사장의 자녀는 임 사장이 신한은행 부행장보를 역임할 당시인 2012년 신한카드 공채 3기로 입사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인사 시스템이 경영진의 자녀에게 특혜를 줄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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