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韓 마케팅 성공, 美선 케이블TV 앞질러…‘하우스오브카드 5’ 효과 쏠쏠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변희봉,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이엔 헨셜, 봉준호 감독(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오는 29일 공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결국 국내 빅3 멀티플렉스 개봉은 불발됐다.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일종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둬서다. 앞서 옥자는 프랑스 칸에서도 극장업계와 대립하는 모양새 덕에 홍보효과를 누린 바 있다. 


넷플릭스는 모국인 미국서도 무서울 게 없는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새 미국 내 가입자수는 5000만명을 넘어섰다. 전통의 강자 케이블TV를 앞질렀다. 2분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오랜 킬러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설명하는 화두는 ‘옥자’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에는 약 5000만 달러(한화 578억원)에 이르는 제작비가 투자됐다. 만약 옥자를 한국 작품으로 규정하면 국내 영화산업 사상 최대 규모 제작비인 셈이다.

옥자가 촬영을 개시한 직후부터 관심사는 극장 개봉 여부에 있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넷플릭스 가입자 숫자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에 나서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결국 지난 3월 8일 넷플릭스는 국내 배급사로 NEW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NEW는 국내 4대 배급사 중 하나로 꼽히는 회사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달 29일 주요 멀티플렉스를 통해 개봉할 가능성이 컸었다.

논란 끝에 3대 멀티플렉스 개봉은 결국 불발됐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1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개봉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3대 멀티플렉스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97.1%다. 남은 3% 안팎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3 멀티플렉스와의 갈등이 불거진 후 기자가 수일 간 접촉한 영화업계, 시민사회, 학계​ 등 문화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확실한 홍보에 성공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극소수에 불과한 독립극장에서 개봉하면서 역설적으로 ‘흥행 부담’을 덜었다는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 최대 현안인 가입자 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사실상 한국 극장업계를 쥐고 흔든 격이 돼버렸다”며 “국내서는 극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중적이지 않나. 편리해서 찾지만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말이다. 극장 3사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옥자’ 한 작품의 흥행 여부를 넘어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자가 논란 덕에 마케팅 효과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된 옥자는 상영 8분 만에 영화가 중단됐다. 당시 객석에는 박수와 야유가 엇갈렸다. 프랑스 극장협회는 현지법 위반을 이유로 옥자 초청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 역시 역설적으로 옥자를 홍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해외서만 웃고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의 진격은 미국 케이블 업계의 판도까지 뒤바꿔버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라이트먼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1분기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 숫자는 5085만명으로 같은 기간 케이블TV 사업자 가입자수(4861만명)를 넘어섰다. 넷플릭스가 최근 5년 간 늘린 신규가입자는 2700만명에 달한다. 


1등 공신은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꼽힌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이어진 극장업계의 반발에 넷플릭스가 매달릴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되레 가입 수요를 자극할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넷플릭스는 올해 전세계 가입자 숫자 1억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가입자 증가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를 전세계에 알린 킬러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달 30일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 전편을 공개했다. 시즌5는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크 언더우드가 재선을 위해 공화당 대선후보 존 콘웨이 주지사와 맞붙은 시즌4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옥자 역시 ‘사실상’ 넷플릭스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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