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 풍부, 옆 사람은 ‘뻘쭘’…현장감 보강, 조작 단순화 등 개선돼야

14일 엠엔스타 보라매역점에서 고객이 싱VR을 이용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노래방이 첨단 기술과 만났다. 전자기기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VR(가상현실)을 노래방에서 경험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초 시도다. VR사업은 수익성이 불확실해 역량과 자본을 갖춘 대형업체들도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1호 VR노래방인 엠엔스타 보라매역점을 찾았다. 노래방에 들어서는 길목에 VR 간판이 먼저 기자를 반겼다. 가격은 일반 노래방 이용 가격과 같다. 점주는 “기기 값이 보통 값이 아니다. VR 기기 값만 175만원이 든다. 고사양 컴퓨터 등까지 마련하려면 한 방에 기계값만 600만원 정도 든다”며 “원래 이용료를 더 받아야 하는데 아직은 도입 단계라 같은 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엔스타는 VR콘텐츠 제작사 더몬스터랩 등과 함께 싱VR을 개발했다. 싱VR은 보라매지점에서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홍대에 있는 레드VR 방에서도 싱VR 기기 1대가 설치돼 있다. 엠엔스타는 화상합성 기술인 크로마키 기반의 영상 제작 시스템을 개발해 온 업체다. 다수의 특허도 갖고 있다. 크로마키 기법으로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엠엔뮤비방은 전국에 40곳이 있으며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14일 엠엔스타 보래매역점에 VR 간판이 붙어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싱VR을 이용할 수 있는 방은 따로 지정돼 있다. 2개의 방에서만 싱VR을 이용할 수 있었다. 싱VR은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어서 노래방 콘텐츠는 15곡에 불과했다. 실행하려고 하니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서 노래방 점주를 몇 번이고 불러서 물어야 했다. 싱VR 외에도 VR 영상이나 게임도 이용할 수 있었다. 10대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막상 VR기기를 쓰자니 위생이 걱정됐다. 점주에게 물었더니 일회용 안대를 갖다 줬다. 기기에 부착돼있는 스펀지는 세척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VR기기를 머리에 딱 맞게 써야만 화면이 또렷하게 보였다. 헐겁게 착용하면 시력에 맞지 않은 안경을 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기를 쓰면 실제 공간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마이크를 자꾸만 기기에다 부딪히곤 했다.

겨우 겨우 한 곡을 골라 재생했다. 실제 무대 위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눈 앞의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에 환호하고 있었다. 콘텐츠가 현실감과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나는 곡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뛰기도 했다. 주위를 살피면 리듬을 타며 반주하는 키보드 반주자와 신나게 박자를 타는 드러머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 관객들이 보내주는 호응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무대공포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법 하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 동행한 이들은 함께 즐길 수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눈이 가려져 있어 표정을 볼 수 없는데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만 VR기기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즐길 수 없었다. 자칫 뻘쭘해지기 십상이다. 한 명이 무대 주인공이 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같이 노래를 부르려고 해도 기기 착용자가 고개를 돌려버리면 이내 가사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오히려 혼자서 이용할 때 더 유용해 보였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여러 차례 공연 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는 정아무개씨(여‧26)는 “VR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무대에 서본 경험과 VR 경험은 많이 달랐다”며 “현장감이 느껴진다기보다는 그냥 영상을 보고 부르는 느낌이다. 아까운 노래방 제한시간에 조작하는 시간이 너무 긴 것도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조작에 헤매다 보니 1시간이 금방 흘렀다. VR의 고질적인 어지럼증 문제도 있었다.

 

14일 국내 1호 VR노래방에 VR기기 사용법과 VR 게임 설명이 나열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권준언 엠엔스타 부사장은 “현재는 1차 버전에 불과하다. 지금 설치된 기계는 기기 값이 너무 비싸다”며 “다음 달 중순부터는 각 방에 삼성전자 기어VR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HTC 바이브 기계는 175만원인 반면 삼성전자 기어VR은 7만원 수준이다. 엠엔스타는 앞으로 콘텐츠를 더 다양화해 노래방에 온 일행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싱VR을 개발한 계기에 대해 권 부사장은 “왜 노래방은 25년 동안 가사만 제공하느냐에 의문을 품었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즐길거리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국 노래방에서 싱VR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면서 계약 주문 건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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