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비용 탓 수의계약 추진해야…조달청 수용 여부 미지수

사진=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선내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복구 작업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민간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국과수가 무료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유가족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선조위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달청을 통해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진행 과정이 순탄할 지는 미지수다.


선조위는 13일 제5차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휴대전화 샘플을 국과수에 보내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디지털포렌식은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선조위 위원들의 의견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과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가장 앞세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기관이 보여준 태도에 유가족들이 상당히 실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차례 세월호 사건을 은폐‧축소하려했던 의혹을 받고 있다. 선조위 관계자는 “국과수를 믿고 맡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유가족들의 반감이 강하기 때문에 신뢰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과수는 유가족의 참관과 CCTV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쭉 침수폰 복구를 해온 복구업체 모바일랩은 유가족의 참관과 CCTV 촬영을 허용해왔다. 유가족이 무상으로 진행해주는 국과수가 아닌 민간업체를 택한 이유다. 모바일랩을 통해서 휴대전화를 복구하면 1대당 2200만원 정도 소요된다. 지금까지 수습된 휴대전화 113대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20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기술력 차이도 한몫했다. 국과수는 열을 가해서 핵심 부품을 빼내는 칩오프(Chip-Off) 방식을 사용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 훼손 가능성이 높다.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모바일랩은 열처리를 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복구를 진행한다. 모바일랩에 따르면 이런 복구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모바일랩이 국내서 유일하다. 데이터를 보존하기 때문에 향후에 기술이 더 발달했을 때 다시 복원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선조위 관계자는 “국과수는 여태 열처리 방식으로 복구 작업을 해왔지만 데이터 손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업체 쪽은 열처리 방식이 손상이 가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어 기술적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며 “무상과 20억원 사이에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선조위원 8명 가운데 데이터 복구나 기술 관련 전문가는 없다. 이렇다 보니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모바일랩에서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휴대전화 15대에 한해 데이터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요민 모바일랩 대표가 직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휴대전화 98대에 대한 복구 논의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산이 확보가 돼야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현재 휴대전화 98대는 보존처리만 해놓은 상태다.

 

선조위 측은 모바일랩과 계약 체결을 고려하고 있지만 금액이 커서 조달청을 통해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수의계약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조달청에서 거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조달청과 직접적인 논의가 오가지는 않았다. 조달청 관계자는 아직 선조위가 공식적으로 문의해온 적은 없다수의계약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요건들이 다 맞아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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