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실화 각색 픽션 봇물…보통사람 정권교체 시대상 반영

5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가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사실’이 대세다. 정치인을 소재로 둔 다큐멘터리가 2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첨예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곧 등장한다. 픽션(fiction) 영역에서도 실화 바람이 뜨겁다. 올해 초 ‘재심’이 호평 받고 최근 ‘대립군’이 화제를 모은데 이어 ‘박열’도 곧 스크린에 걸린다. 


여름에는 대작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기다리고 있다. 두 배급사를 내세워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CJ도 덩달아 눈길을 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관련 영화들이 모두 보통사람의 힘을 주제의식으로 둔 작품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대상황과 맞물려 흥행 잠재력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최근 이 흐름을 선두에서 이끄는 영화는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누적 관객 16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매출액은 126억원을 넘겼다. 개봉 3주가 안 돼 거둔 성적이다. 이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39명의 인터뷰가 담겨 이야기의 줄기 노릇을 한다.

다큐멘터리 바람이 이어질지도 관심사가 됐다. 사드(THAAD) 배치 반대투쟁을 다룬 영화 ‘파란나비효과’가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해 먼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는 국회 국방전문가로 꼽히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나섰다.

원래 ‘사실’에 기반을 둔 다큐멘터리만 봇물인 건 아니다. 픽션 영화들도 실화를 바탕에 둔 채 일종의 팩션(faction)처럼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공통점도 도드라진다. 대부분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주제의식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폭스코리아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대립군’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1592년 임진왜란 중 명나라로 피란길을 떠난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을 다룬다. 겁 많고 소심하던 광해가 백성들과 시련을 마주하면서 함께 성장해간다는 주제의식이 영화 전반에 명징하게 드러난다.

오는 28일 개봉예정인 영화 ‘박열’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영화는 1923년 도쿄에서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맞선 청년 박열의 이야기를 다룬다. 박열은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 한복판에서 아나키스트 단체 ‘불령사’를 만들어 활동하며 저항했던 인물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이준익 감독과 제작진은 당시 일본 신문의 원본을 모두 요청해 검토하고 박열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 자서전에 등장하는 세세한 내용까지 영화에 담았다.
 

CJ E&M과 제작사 외유내강이 14일 공개한 영화 군함도의 메인포스터. / 사진=CJ E&M

여름 성수기 시장 최대 화제작인 두 작품도 ‘보통사람’의 힘에 주목한 실화 바탕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1930년대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끌려간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스토리를 담았다. ‘베테랑’으로도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모티브로 삼아 각색한 작품이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역)이 통금 전 광주를 다녀오며 큰 돈을 준다는 독일 기자 ‘피터’를 태우면서 시작된다. 택시운전사 역시 광주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헌츠페터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런 영화계 흐름 속에서 CJ의 역할도 덩달아 눈길을 끈다. CJ는 노무현입니다(CGV아트하우스), 군함도(CJ E&M) 뿐 아니라 2월에 개봉한 실화 바탕 영화 ‘재심’(CGV아트하우스)도 맡았다. 또 박종철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도 투자배급하기로 했다. 직전 정부에서 CJ는 역시 실화 바탕 작품인 ‘인천상륙작전’(CJ E&M)과 ‘명량’(CJ E&M)을 배급했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흐름들이 일종의 공통점을 내보인다고 분석한다. 특히 정치적 국면변화와 맞물려 보통사람의 힘을 주제의식에 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는 모습이다.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영상학 박사)는 “정권교체 과정에서의 경험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대중문화에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보통사람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분위기가 크기 때문에 영화제작업계도 이와 같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묘사하는 콘텐츠들이 흥행 잠재력을 갖췄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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