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근성으로 뭉친 스타트업… 2주전 에어컨견적서비스 ‘쓱싹’ 출시

 


스타트업 슬로그업에는 대기업 퇴사자나 유학파가 없다. 슬로그업 창업자들은 자신들을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농구팀 ‘북산’과 닮았다고 말했다. 채용공고에도 ‘북산같은 회사’라고 적는다. 북산은 평균 이하 선수들이 모여 근성 하나로 이뤄진 농구팀이다. 슬로그업도 마찬가지란다. 금수저는 없지만 열정과 근성으로 창업했다는 게 창업자들의 설명이다.

슬로그업은 슬로건(Slogan)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토론하는 새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서비스는 물론, 외주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소셜데이팅 앱 ‘봄블링’, 에어컨견적서비스 ‘쓱싹’이 대표적이다.

경력보다는 신입을, 능력보다는 가치관을 선호한다는 슬로그업. 지난 12일 슬로그업 이화랑 대표(이하 이)와 김승중 이하(이하 승), 김상천 이사(이하 김)을 마포구 슬로그업에서 만났다. 다음은 슬로그업 창업가 3명과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만나서 창업했나.

이: 대학교 4학년 때 지인이 건네준 외주 작업을 주로 했다. 메디컬 관련 서비스를 프로그래밍하는 일이었다. 2013년 자연스럽게 대학 동기와 창업하게 됐다. 대학이 창업선도 대학이었던 만큼, 주위에 창업자가 많았다. 그렇게 슬로그업을 만들었지만 갈등이 생기면서 혼자 남게 됐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팀원없이 마무리했다. 다 만들고 보니, 동업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상천 이사는 장학재단 대외활동에서 만났다. 그때부터 글 잘 쓰는 걸로 유명했다. 슬로그업 마케팅을 도와달라고 연락했다. 그 후 개발자를 충원하기 위해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봤다. 김승중 이사는 그때 직원으로 뽑혔다. 그 당시엔 (컴퓨터 개발) 경험이 많이 없었지만, 마인드 자체가 스타트업과 맞았다. 일명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그렇게 세 명이 모여 슬로그업 회사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김상천 이사는 창업 전 특이한 이력이 많다고 들었다.


김: 원래 계획적으로 살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는 ‘서든어택’,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게임을 하며 게임 대회 우승도 했다. 게이머로서 살다가, 어떻게 먹고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실제로 식당 주방에서 요리도 했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 취사병 생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은 책을 읽었다. 그때 읽은 책이 조지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었다. 작가가 부랑자 생활을 하며 겪은 사회 사각지대를 르포 형식으로 써낸 책이다. 꿈이 ‘기자’로 바뀌었다. 글도 쓰고 영어공부도 하며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학보사 기자로 4년 동안 활동했다. 2013년 졸업하기 직전 이화랑 대표가 ‘마케팅 알바 좀 하라’며 나를 불렀다. 배고팠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 그렇게 슬로그업에 합류하게 됐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무슨 목표를 세웠나. 힘들었던 점은 뭔가.

이: 시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기보다는, 내 개발 능력으로 회사가 망하진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큰 돈을 벌겠다’라는 목표도 없었다. 대박보다는 안정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슬로그업은 정부 지원을 받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기관 투자를 받은 적은 없다. 회사가 가진 기술력으로 자생적으로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회사를 운영하며 운영비가 떨어졌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 만들었던 봄블링 매출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탓이다.

승: 4명이서 봄블링을 만들었을 때는 열정이 가득했다.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때 같이 있던 팀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얻을 건 다 얻었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이정도면 경험도, 공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팀원 한명이) 회사를 나가며 내게도 영향을 줬다. 회사 초기에 합류해 주체적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는데,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때 이 대표와 김 이사가 함께 나를 붙잡아줬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뽑을 때 코딩 못하는 사람을 뽑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승: 잘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 성격과 가치관이 맞으면 슬로그업과 함께 성장하면 된다. 나부터도 경험과 능력이 부족할 때 팀에 합류했다. 슬로그업은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열정이나 근성을 더 본다. 그러다보니 실수도 있었다. 마감시간까지 중요한 회사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개발팀 직원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인데, 혼자 일하는게 익숙하다보니 (직원들을) 챙기지 못했다.

소셜데이팅 앱 봄블링, 에어컨견적 쓱싹 등 슬로그업이 하는 사업이 많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김: ‘팀 빌딩(Team building)'을 해보자며, 봄블링 개발을 시작했다. 다른 소셜 네트워킹 앱들은 뻔했다. 400개가 넘는 앱들이 똑같은 방식이었다. 봄블링은 게임 방식으로 만들었다. 배틀하듯이 친구를 소개하고, 외모대결로 순위도 매겼다. (반응은 어땠나.) 사용자들이 쿨하게 받아들일줄 알았는데 조금 낯설어했다. 큰 성공도, 큰 실패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매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지속가능성은 없었다. 봄블링 이후 외주 사업을 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외주사업 외에도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기 프로젝트 중간에 에어컨 견적 서비스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쓱싹을 만들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김: 봄블랑을 만들면서, 공부를 실컷 했다. 서툴렀지만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 근간이 됐고, 중국 소셜앱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개발이나 글로벌 서비스 경험이 늘어났달까. 소셜데이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분야를 양지로 가져오는 성과도 있었다. 쓱싹은 론칭한 지 2주지만 평이 좋다. 에어컨 설치 기사들도 200분 넘게 가입했다. 오늘 오전에도 신청 20건이 넘었다. 꾸준히 했던 외주사업도 괜찮은 성과를 냈다. 트위터 코리아, SK네트웍스과 협업도 했다. 한번 우리와 작업하면 대체적으로 추가계약을 맺는다. 슬로그업이 책임감을 갖고 결과물을 내면, 외부 업체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올해 목표는.

이:  올해는 자체 서비스로 성과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는 자생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 앞으로 IT와 무역서비스를 접목한 ‘자이언트’, 최근 출시한 '쓱싹'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 IT 기술력이 없는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슬로그업의 사업 목표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무역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다. 무역업계 소상공인들은 견적서를 주고받는 것도 절차가 복잡하다. 슬로그업은 이 불편함을 없애주고 싶다. 쓱삭도 우리가 에어컨 설치가 힘들었던 경험을 만들었다. 네이버에 ‘마포구 에어컨 업체’를 쳤더니 같은 말만 반복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IT 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 슬로그업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시장) 효율성을 개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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