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표할만한 AR 기업이라 자부…철학 비슷한 기업에 투자할 벤처 캐피탈 설립 꿈"

8일 박선욱 서커스컴퍼니 대표가 AR 사업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신나는 음악에다 칸막이 없이 자유분방하게 위치한 자리, 게다가 히잡을 쓴 외국인까지. 서커스컴퍼니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기업이었다. 회의실 벽에 붙은 젊음이 밑천이라는 ‘사노라면’ 노래 가사도 대표 아이디어다. 서커스컴퍼니는 2012년 11월 설립됐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재밌는 허깨비’를 만들어서 지난해에는 매출액 10억원을 달성했다. 아시아대표 1위 AR(증강현실) 기업이라고 자부하는 박선욱 서커스컴퍼니 대표를 8일 만나 AR을 물었다.

서비스하고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되나.

누적 서비스 콘텐츠는 5000개 정도 된다. 일반적인 콘텐츠도 있고 3D화 된 것도 있고. 3년 전부터 콘텐츠 질이 부쩍 좋아졌다.

어떤 콘텐츠가 가장 인기가 많은가.

교육콘텐츠가 인기가 많다. 자체적으로 만든 것도 있고 공공기관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국립생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일을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등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많이 쓰인다. 지폐 콘텐츠, 색칠놀이 등이 인기가 좋다.

주요 타깃이 어린이인가.

어린이도 좋아하는데 교육콘텐츠는 오히려 부모님들이 더 좋아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콘텐츠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많이 강조하는 것 같다.

내가 재미를 느껴야만 다른 사람도 재미를 느낀다. 내가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재미를 줄 수 없다. 내가 콘텐츠에 확신이 있어야만 반응도 따라온다. 스탭들에게(서커스컴퍼니는 직원을 스탭이라고 칭함) 외주 용역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자고 한다.

VR(가상현실)과 AR은 늘 나란히 얘기된다. AR에 집중한 이유가 있다면.

VR은 기기를 이용한다. 시기상으로도 그렇고 사람의 심리나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눈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상호작용에 방해를 준다. 차단요소다.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위생 면에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여성분들의 경우 화장이 묻어난다. 반면 AR은 자신의 시야에다 새로운 콘텐츠가 붙는 거다. 기대감도 있고 심리적인 요인도 강하게 작용한다. AR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하기도 좋다.

4차 산업혁명에서 AR의 입지는 어떤가.

인공지능이 두뇌, 빅데이터가 혈관이다. 신경은 사물인터넷이고 심장은 클라우드컴퓨팅, 골격은 3D프링팅, 근육은 로봇이다. AR은 눈이다. 눈에서 모든 정보들이 전달된다. 앞으로는 타이핑해서 찾는 게 아니라 스캔으로 찾는 시대가 될 거다. 시장이 훨씬 커질 거다. 자신의 현실에 새로운 상상을 선물하는 것은 큰 매력이 있다.

AR 산업의 승부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용자들이 스노우 카메라를 쓰면서 기술에 대해 알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기술은 당연한 거다. 콘텐츠가 무엇인지 더 관심 있다. 최종으로 보이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기술력은 기본이다. 사람들하고의 접점을 찾는 콘텐츠,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플 아이폰8에 AR이 본격적으로 실현된다.

애플이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점차 요소 기술들은 표준화될 것이다. 그 시발점이 애플이다. 모바일에선 처음으로 신규 운영체제에 증강현실 기능을 탑재했으니까. 구글과 아마존도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더 중요한 건 콘텐츠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어디까지 개발자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 보고 애플 운영체제에 표준화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결정할 거다.

새로운 기술이 있나.

최근에 음성인식이 되는 AR을 연구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여주며) 증강현실에 있는 캐릭터에게 인사를 하면 캐릭터가 음성을 인식해 답인사를 해준다. 이 외에 이미지인식, 텍스트인식도 개발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AR 기업이다. 비결이 뭔가.

보통 개발자가 AR을 인식하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서커스AR은 다양한 콘텐츠가 한 앱(애플리케이션)에 다 들어가 있다. 쉽지 않은 기술이다. 충돌이나 버그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앱에서 5000가지 콘텐츠를 잘 구동시키는 회사는 우리뿐이다. 아시아에서도 1위다.

어떻게 사업을 따내나.

100% 인바운드(inbound)다. 다들 알아서 찾아온다. 기업에 영업을 따로 하지 않는다.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찾아오게 만드는 회사.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자연히 확장된다고 믿는다.

여러 직업을 경험한 걸로 알고 있다.

소프트뱅크 미디어에서 마케팅을 했고, 미래에셋생명에서는 보험설계사로, 신한금융투자에서는 금융상품을 판매했다. 방송사에서 증시를 설명하는 패널로 1년간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을 영위하고 버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사고가 유연하고 생각도 다양하다. 그동안의 경험이 사람 간 의사소통,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기지를 발휘하는 법도 배웠다.

독특한 사내 문화가 있다면.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다. 일반 기업들보다 1시간 근무시간이 적다. 1일 1시간 휴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 시간을 1년 치 합치면 한 달 근무시간이다. 다른 회사보다 한 달 정도 적게 일하는 거다. 다른 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많이 해본 결과 아침 시간이 너무 빡빡하더라. 그 시간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런 근무시간을 정했다. 입사하자마자 1년 휴가는 17일이다.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신정까지는 쭉 휴가다. 모두가 좋아한다. 생일엔 10만원씩 챙겨주는데 인원이 늘어날수록 부담이긴 하다. (웃음)

외국인 직원이 있더라.

한국인은 특유의 시키는 것만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더라. 한국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외국인을 채용했다. 외국인들은 시키지 않아도 핵심에 대해서 파고든다. 자율성 속에 책임의식이 있다. 3년 전부터 우리 회사 AR에 관심을 가져 온 친구였다. 지금 준비 과정이 끝나고 일에 본격적으로 투입한지 3달 됐다. 아주 만족스럽게 일을 해주고 있다.

수익은 어떤가.

지난해 매출액이 1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아직 투자 단계라 비밀이다.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매출액 20~25억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도 늘면서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오나.

교육콘텐츠에 더욱 집중할 거다. 내년엔 정식 제품을 판매하려고 한다. 교육 쪽으로. 그쯤 다시 소식 알려드리겠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싶다. 지난해부터 생각해왔다. 사업을 하면서 다른 기업 대표도 만나고 하는데 국내 벤처캐피털의 경우 언론플레이나 이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수익성에만 관심을 갖고 물어본다. 사업은 그게 다가 아니다. 해외 벤처캐피털은 그 회사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대화도 하고 기업의 장래성이나 사고를 총체적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그런 패러다임을 갖는 새로운 밴처캐피털을 만들고 싶다. 시너지를 잘 낼 수 있고, 철학이 비슷한 회사에 투자해서 비즈니스를 같이하고 싶다. 1~5억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이 되려고 한다. 내년에는 가능할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 미국 법인을 세우려는 계획도 있다.

마지막으로 증강현실 쉽게 표현해 달라.

증강현실을 거꾸로 하면 현실증강이다. 현실을 확대하는 거다. 현실에서 새로운 환상을 만나는 것이다. 현실에서 허깨비를 보는 것이다. 연애할 때 남들이 못생겼다고 하는 연인도 내 눈에는 예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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