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율 '뒤죽박죽'…조사기관 입맛대로
  • 정지원 기자(yuan@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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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32.8%vs노동계 44.5%vs경총 14.9%…비정규직 감축 공약이행, 개념부터 통일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준(11.4%)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추산(14.9%)에 따르면 이미 OECD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노동계 추산(44.5%)과는 대조적이다. 비정규직 개념정의에 따라 목표수준과의 간극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만일 노동계 기준대로 비정규직을 정의하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4분의 3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반면 경총 기준을 적용하면 3.5%포인트만 줄이면 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비정규직의 개념과 기준부터 제대로 세우고 숫자를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노사정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통계청은 2002년 7월 발표된 노사정합의문에 근거해 비정규직 통계를 발표해왔다. 통계청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32.8%다. 여기서 비정규직은 고용형태에 의해 정의된 것으로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재택·가내 근로자 ▲파견 근로자 ▲용역 근로자 ▲일일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기간제근로자 ▲ 한시적 근로자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임시·일용직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노동계는 임시·​일용직 중 정규직도 비정규직으로 간주한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비율을 44.5%로 추산한다. 예컨대 학원강사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일제로 일하지만 복지혜택 등이 없는 임시일용직도 비정규직으로 본다. 노동계 추산 파견·용역 근로자도 정부 추산보다 많다. 통계청에선 파견·용역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되,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는 용역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노사정 가운데 경총이 추산하는 비정규직 비율(14.9%)이 가장 낮다. 경총은 기간제, 단시간, 파견, 일일 근로자만 비정규직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특수형태 근로자나 재택·가내 근로자, 임시일용직 중 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용역 근로자 중 일부만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처럼 비정규직 개념정의는 수많은 쟁점을 안고 있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통계청 기준으로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 등 통계의 사각지대를 충분히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비정규직 개념을 재정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규식 연구위원은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사내하청이나 용역근로자 중 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사람들은 정규직이다. 하지만 원청이 키를 쥐고 있는 한, 이들은 계약이 종료되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게된다”며 통계청 비정규직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보험 가입여부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파악해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통계청 추산보다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한정애 국가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자문위원은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가기획자문위에서 비정규직 기준을 논의하진 않았다”면서도 “통계방식이 부족하다면 바꿔나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원칙과 관련, “상시근로업무와 생명·안전업무를 정규직화한다는 게 정규직 전환 정책의 원칙”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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