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노조 탄압부터 순환출자 해소까지…순정품 논란도 부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현대차가 삼성보다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으로 더 큰 변화를 겪는다.”

재계 전문가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기업은 삼성이 아닌 현대차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과제로 삼는 주요 문제들을 현대차가 고스란히 안고 있는 탓이다.  

현대차가 처한 상황을 뜯어보면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현대차는 불공정 거래, 하청업체 노조 탄압, 순환출자 등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관련해 눈여겨 보고 있는 문제들에 모두 걸려있다. 어느 하나 녹록치 않은 사안인 데다, 3가지가 한꺼번에 몰려 있어 고생길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 작업은 공정위가 주도할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재벌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기업들을 압박하는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현대모비스의 순정품 논란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똑같은 부품인데 현대모비스 스티커만 붙으면 ‘순정품’이란 명칭이 붙고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며 “공정위가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3년 1월 자동차 수정부품과 비순정품 간 가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순정품은 완성차에 들어간 부품을 일컫는다. 비순정품은 부품 제조사가 제작해 직접 유통하는 제품이다. 비순정품이라도 품질이나 성능이 순정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하지만 값은 훨씬 싸다. 둘 다 부품 제조업체가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품업체가 같은 순정품이라도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팔려고 하면 비순정품으로 전락한다.   

 

협력업체들은 자기 부품을 파는데 현대차 눈치를 보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 부품을 계속 공급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협력업체로선 자신의 부품이 순정품과 차이가 없다고 홍보하며 독자적으로 유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탓에 부품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는데다 소비자는 같은 부품을 비싸게 사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순정품이란 용어 자체가 스티커가 붙지 않은 부품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며 “부품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순정품과 비순정품 구분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검찰, 현대차 노조 파괴 혐의 첫 기소…적극 수사 가능성 커

 

경제검찰 공정위가 벼르고 있는 사이 검찰은 벌써부터 하청업체 노조 문제로 현대차를 파고들었다. 현대차는 사업구조 특성 상 하청 및 파견업체 노조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현대차는 공장 불법 점거파업 관련 하청업체 노조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왔다. 

검찰은 최근 유성기업 노조파괴 혐의로 현대차와 현대차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대기업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사관계 개입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첫 사건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해당 건에 대해 “검찰이 달라졌다”고 놀랐을 정도다.
 

검찰은 현대차가 유성기업 임원진과 공모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어용노조 설립 등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해당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격적으로 기소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현대차를 둘러싼 사정당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새 정부을 맞이한 검찰로선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재계 수사다 보니 수사에 적극적일 듯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후보자 역시 “현재 순환출자가 문제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라고 직접 콕 집어 거론한 바 있다.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위원장 자리에 오르면 현대차의 순환출자는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순환출자 문제는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이 되는 터라 현대차로선 민감한 사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을 각각 6.96%, 5.17% 씩 갖고 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을,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을,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 오너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전형적인 순환출자 구조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현대차가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다시 오리무중인 상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현대차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순환출자 문제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곤란해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4차 산업혁명과 사법의 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순환출자 해소방안 관련 질문에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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