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심리치료 ‘마인드래치’로 블로오션 공략…미국, 동남아 진출 모색

영상=강유진
 

스타트업 무아의 공동대표들은 대학교 휴학 중이다. 2015년 말 창업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취업, 미래에 대한 걱정은 많았다. 그들에게 떠오른 것은 ‘전통문화 콘텐츠’였다. 전영우 대표는 스페인 교환학생 당시, ‘유럽처럼 그 나라 전통문화를 유행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불교미술학을 전공한 김아나 대표와 국제통상학을 전공한 전영우 대표는 함께 문화 콘텐츠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연인 사이인 김 대표와 전 대표의 역할분담은 확실하다. 김 대표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전 대표는 경영을 담당한다. 무아는 전통문화콘텐츠를 사용해 상품이나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고객을 대상으로 물품을 팔기도 하지만, 주로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사업을 진행한다. 무아가 만든 문화콘텐츠와 프로그램은 불교 사찰, 교육기관에 납품되고 있다.

의견차가 생기면 치열한 대화를 나눈다는 스타트업 무아. 5일 오전 11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무아 김아나, 전영우 공동대표를 만났다.

◇ ‘전세대 향유하는 전통문화 콘텐츠’… 창업은 ‘생존’문제였다

창업초기 목표는 ‘3년 이내에 5억원 벌자’였다. 치기어린 생각이었다. 지금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전통문화콘텐츠를 멋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게 현재 목표다. 한국 사람들이 문화재를 보러 해외에 나가는 것처럼, 역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국내 문화재를 보러오면 좋겠다는 게 이유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국내 전통문화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행사나 시각적인 문화콘텐츠에만 집중돼 있었다.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낡고 고리타분하다. 교육과정에서도 텍스트 중심으로 배워왔지 않나. 불교미술학과 전공 공부를 하면서 박물관, 사찰에서 보조강사를 했었는데, 우리나라 전통문화 콘텐츠가 많이 부족한 것을 깨달았다. 어린 세대들에게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으레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무아에게도 ‘자금’은 큰 장벽이었다. 경영을 담당하는 전 대표는 운영비 마련이 제일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자본이 애초에 많았던 것도 아니고, 투자를 받지도 않았던 탓이다. 수익을 내면 다시 회사에 투자해 돈을 만들어야 했다.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사업은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사업계획이나 준비없이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아이템기획, 사업 운영에서 힘들었던 것이 많았다. 막상 창업해보니, ‘생존’이었다. 사업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중에는 네트워킹 모임을 가서 먼저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조언을 들었다. 정부와 대학 창업지원사업의 도움도 받았다.”

◇ 만다라‧칠보문양 활용해 심리치료… ‘불교미술은 블루오션 시장’

무아엔 ‘만다라’ 등 불교를 활용한 제품이 많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김 대표 영향도 크다. 그중 ‘마인드래치’는 무아의 대표 미술심리치료 제품이다. 마인드(Mind)와 스크래치(Scratch) 합성어로, 전통문양인 칠보, 만다라를 직접 긁어 현대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이쳄에 대해 고민하다가, 스크래치 페이퍼를 시험삼아 고객들에게 돌려봤다. 생각외로 반응이 좋았다. 바로 제품화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직접 만다라를 그리면서 심리치료까지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국내 문화재 중 80%는 불교 문화재였고, 한때 불교가 국교였던 적도 있다. 한옥과 사찰, 한복과 불교제사 등 전통문화와 불교는 접점이 많다. 기독교는 교육, 문화 콘텐츠가 이미 많다. 불교 쪽은 아무래도 폐쇄적이다 보니 참신한 콘텐츠가 많이 없었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25일, 무아는 중소기업청과 청년위원회, 한국엔젤투자협회등 14개 민관기관이 주관한 ‘스타트업 취업 인식개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고용노동부장관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게 됐다. 수상한 작품은 ‘어느 봄날의 휴식’이라는 동영상이다. 대표 두명은 우연찮게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공모전 공고를 봤다. 무아 팀 멤버 중 영상을 잘 다루는 친구가 있어, 한번 함께 UCC를 기획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어떻게 스타트업 하게 됐고, 현재 상황은 어땠는지 영상 안에 표현했다. 그런 생생함이 심사위원들을 저격한 게 아닐까. 상금은 상당수 썼다. 공모전 입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다음날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샀다. 지쳤던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휴가였다.”

◇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동남에서도 마인드래치 사용했으면”

전 대표는 초중고교 진로 프로그램이나 미술 수업에서도 마인드래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인드래치 후속 시리즈를 개발 중이다. 미술, 국사 실제 교육과정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할 예정이다. 해외진출도 꿈꾼다. 미국, 동남아 시장에도 직접 다녀왔다. 미국은 이미 ‘마음챙김’이라는 불교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무아는 ‘한국적인 색’을 입힌 전통문화, 불교 콘텐츠로 미국, 동남아 시장을 두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요즘 스타트업은 테크나 IT 앱 기반이 많다. 제품‧제조 관련 업체들은 별로 없다. 처음엔 전통문화, 아날로그적인 사업을 한다는 것에 콤플렉스도 있었다. 그러나 이게 바로 무아의 차별성인 것 같다. 전통문화, 불교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지 않나. 사람들에게 각인을 새기기도 쉽다. 이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목표를 물어보자 무아의 대표들은 해맑게 웃었다. 수치적인 목표는 ‘연매출 1억원 이상’이다. 팀 멤버도 2명 정도 더 충원하고 싶단다. 더 나아가 한국 전통 문화를 잘 포장해 외국에 선보이는 게 최종 계획이다. 불교,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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