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성과에 치중해 노사 불신만 키워…새 정부선 노사 합의 존중해야

지난해 나름 성과연봉제를 취재하면서 금융권 종사자들에게서 들은 공통된 의견이 있다. 은행원들이 하는 말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객관성이 결여된 말일 수 있으나 그들의 일반적 입장은 "임금 체계를 바꿀 필요성은 있겠지만 성과연봉제 자체를 성급하게 도입할 이유는 없다"였다.

이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지난 정부의 입장이 은행권 임금체계 유연성 제고에 있다는 점을 은행 종사자로서 이해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그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결국 재무적 성과에만 우선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만나는 은행원마다 같은 의견을 내놨다. 임금 체계 개편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데 성과연봉제를 급하게 도입하면 누군가는 임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정부가 내놓은 성과연봉제는 지점 간의 차이, 지점 내 직원 간의 업무 차별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권 종사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특히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 지난 정부가 내세운 주장 중 하나인 '금융권 경쟁력 저하가 호봉제에 의한 임금 구조 때문'이라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금융 경쟁력 저하 원인을 금융 종사자 고임금 구조에서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 내용을 인용해 국내 금융 경쟁력이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설문 자체는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성격이 높았다. 국가 간 금융 수준을 비교하기엔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은행 고위 간부들은 국내 금융 산업은 이미 선진국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핀테크를 접목한 금융 기술을 배우고자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은행에서 문의해 오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코 국내 금융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국내 은행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쟁력이 계속 저하하고 있다고만 말한다면 금융권 사기만 저하할 따름이라는 말이다.

지난 한 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고 한 금융권 성과연봉제는 금융 노사 갈등을 촉발했던 가장 뜨거운 금융 현안이었다. 그 성과연봉제가 새 정부 출범으로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문재인 정부 특징이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사합의가 없는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법원도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놨다. 사실상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이나 민간 은행에서 노사 합의 없이 의사회 의결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추진 동력을 잃은 셈이다.

국내 금융 경쟁력을 단순히 임금 체계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호봉제로 이뤄진 고임금 체계가 문제라고 하나 노사합의가 무시된 정부의 일방적 금융 개편안은 오히려 새로운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 그만큼 금융 내 분위기를 악화해 서서히 금융 경쟁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혹시 금융당국 규제가 금융권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의 관치금융이 여전히 남아있어 금융사 수익성을 떨어뜨리지는 않는지 세심히 봐야 한다. 이번 정권에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 노사가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금융권 임금 개편 등을 논의하도록 유도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난해 노사 간 불신을 초래해 없어도 될 논란을 일으킨 성과연봉제는 금융 경쟁력으로만 말한다면 당연히 실패한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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