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급사 판매 호조…불한당 국내 흥행 부진, 악녀 경쟁작 많아 우려

영화 '악녀'의 한 장면. / 사진=NEW

칸 국제영화제 효과일까? 한국영화 ‘악녀’와 ‘불한당’이 칸에서의 호평에 이어 해외 판매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악녀는 136개국, 불한당은 128개국 배급사에 팔렸다. 다만 이미 국내서 개봉한 불한당은 부진한 박스오피스 탓에 손익분기점 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악녀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경쟁작의 진용이 만만치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한국영화 ‘악녀’와 ‘불한당’이 해외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판타지, 호러 등 장르영화의 지평을 넓힌 작품들이 상영되는 칸 특유의 세션이다. 특히 올해 초청받은 3편 중 2편이 한국영화라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컸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역)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얘기다. 불한당은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역)와 신참 현수(임시완 역)의 의리와 배신이 이야기의 줄기 노릇을 한다.

두 영화 모두 공식상영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스크린에 오른 불한당은 영화가 끝난 후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티에리 프리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관객반응이 뜨거웠다. 너무나 성공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고 호평했다.

불한당보다 이틀 앞서 칸에서 공개된 악녀도 상영 종료 후 5분간의 기립박수로 주목받았다. 주연배우 김옥빈은 지난달 30일 열린 시사회에서 “칸 시사 후 BBC, 로이터통신 등 예정에 없던 인터뷰가 쇄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덕에 해외 배급사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악녀의 해외배급을 맡은 콘텐츠판다에 따르면 악녀는 지난달 말까지 136개국 배급사에 선판매됐다. 악녀는 칸 영화제 필름마켓 시사 이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115개국 배급사에 팔렸다. 이후 일본, 홍콩, 인도까지 21개국 배급사와 추가계약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140개국 이상으로 선판매 국가가 늘어나리라 전망하고 있다.

불한당도 악녀와 비슷한 규모인 128개국 배급사에 팔렸다. 개봉속도도 빠르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칸의 고장’ 프랑스에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대만에서도 이달 30일 스크린에 오른다.

그런데 정작 불한당은 국내서 부진한 박스오피스 탓에 시름이 깊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불한당의 누적관객은 89만 4547명이다. 그나마 5월 30일까지 4%에서 7% 사이를 오가던 매출액점유율도 6월에 1%로 폭락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30만 관객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미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벗어난 탓에 100만 돌파 가능성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개봉하는 악녀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과 맞서야 한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사실상 할리우드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과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출격했고 20세기폭스사가 직접 투자배급한 한국영화 ‘대립군’이 개봉해서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인기몰이 중인 다큐멘터리영화 ‘노무현입니다’도 박스오피스 4위에 올라있다. 역시 느와르 영화인 김수현 주연 ‘리얼’도 6월 개봉 예정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직 성수기가 오지 않아 관객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준급 영화 개봉시점이 많이 겹쳤다”며 “느와르였던 ‘불한당’이 흥행에 실패했고 비슷한 느와르 영화가 바로 뒤이어 나오는 걸 감안할 때 악녀도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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