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포장하는 '겉치레식 사회책임' 이제 그만…본원적 기업활동서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또 다시 기업의 사회책임과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 비서실 직제만 보더라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그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비서실장 밑에 사회혁신수석이 있고, 또 일자리수석실 밑에는 사회적 경제 비서관이 있으며, 사회수석실에도 기후환경, 사회정책 비서관 등을 두고 있어 오히려 중복 내지 옥상옥을 걱정할 정도다. 


사회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60여 년간 한국사회에 배태된 승자독식 구조, 단기효율과 성과주의, 부정의한 수단의 정당화, 물질만능, 사람 경시 등은 한국사회를 급기야 인권을 경시하고, 물질을 과다 추종하며, 결과적으로 가장 양극화가 심화된 현장으로 전락시켰다. 이 나라 울타리 안에서는 모르나, 바깥으로 나가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물질 중심의 획일적 가치관을 붙들고 살고 있는지를.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정부의 기업 사회책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몇몇 재벌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사회공헌활동의 이면에 내재한 진의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살피고 감시할 필요도 있다. 대기업들은 그들이 쉽게 유혹에 빠져 가담하기 쉬운 시장실패, 회계 조작, 지배구조 문제, 불공정 거래, 환경훼손 등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공헌과 사회적 경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책임 분식(CSR Washing)’이 우려된다. 20세기 초 경제력 집중으로 지탄받았던 미국의 거대재벌들과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재벌들이 자주 그래왔듯이 말이다.
 

기실 기업 활동의 본령은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익을 창출하되, 사회나 기업 외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시장의 질서를 존중하며, 법과 게임의 룰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극히 당연한 덕목과 상식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대기업들에게서는 무시되었다. 오히려 그들은 산재다발, 노동 인권 무시, 환경 훼손, 협력사 희생, 회계 분식, 비자금, 편법 상속, 일감 몰아주기 등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그 토대 위해 이익을 쌓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재벌들이 국민적 공적이 된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길은 무엇인가. 진정한 회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 대기업들도 이제까지 그들이 축적했던 경영 방식을 허물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즉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유혹들을 끊고 착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본원적 경영활동 상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며, 또한 최소한의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외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창출되는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의 절대적 크기가, 사회적 기업지원이나 사회공헌활동의 그것보다 엄청나게 큰 까닭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취약 소외계층 일자리 확충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대기업 사업장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3%만이라도 지키는 것이 더 급하다. 중소기업 상생펀드 동반성장 운운보다,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 준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골목상권에 진출해 영세민 울리지 말고, 대기업은 이제 광활한 글로벌 무대로 나가길 바란다. 

 

청년 일자리 사회적 기업 지원보다 고용의 80%를 담당하는 중소협력사에게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서 그들에게 고용 여력을 제공해 줘야 한다. 소셜 벤처 이전에 중소벤처가 개발한 기술에 정당한 보상해주고 제값으로 인수해줘야 벤처 생태계도 발전한다. 환경 친화적 사회공헌 대신 대기업 생산 전 과정과 제품 전주기상 발생되는 환경부하를 낮추는 데 먼저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저감되는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절대량이 엄청나게 큰 까닭이다. 


바야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경제의 시즌2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 시즌2의 관전 포인트는 과거 십여 년 전 시즌1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본원적 활동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 환경적 부하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윈도우 드레싱)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본원적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의 절대값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의 그것과 비교해 봐야 한다. 아무리 후자의 활동이 화려하고 요란하더라도, 전자의 절대값이 크면 해당 기업의 사회책임 진정성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포장된 홍보와 뉴스거리가 아니라 사회책임의 통합적 성과(Performance)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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