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수주 123만CGT…“중국 바짝 추격”

1년 전 수주절벽에 따른 만성적 공급 과잉으로 고강도 인력 감축을 진행한 조선업이 최근 수주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수주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다, 중국 조선업과 가격 경쟁에 내몰렸던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을 개선한 덕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여전한 만큼 인적·물적 역량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조선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조선업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다만 조선업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한 이후, 손실 규모를 지속해서 줄여 올해 1분기 빅3 모두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여기에 국내 조선사의 수주 활동이 순조로워 실적 회복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NG선과 VLCC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 수주량이 늘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 조선 빅3 수주 순항…“해양플랜트 악재 털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들어 25억7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4.5% 급증한 수주량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세운 연간 목표 수주액 59억달러의 43.5%를 이미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기준 18억4000만달러 수준이던 신규 수주가 5월 25일 기준 약 22억8000만달러로 한 달 새 5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연간 목표치 65억달러의 35%다. 대한해운이 발주한 소형 LNG선 2척 등 LNG선 수주가 호재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7억700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다. 4월 이후 추가 수주는 없지만, 건조의향서(LOI) 체결 내용이 실제 수주로 이어질 경우 수주액은 13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한다. 이는 연간 목표치 55억달러의 24%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LNG선 수주가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7척을 수주해 전체 수주 선박 61척 중 11.4%를 LNG선으로 채웠다. LNG선은 해양플랜트 부문과 달리 국내 조선사들이 오랜 건조 경험을 통해 강점을 가진 분야다.

앞서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든 선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해양플랜트 부문 확장에 나섰다가 도리어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동안 해양플랜트 분야는 기술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해 국내 조선사는 가격경쟁으로만 사업을 지속해 왔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그간 시장 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수주했던 해양 플랜트에서 한걸음 물러나 잘할 수 있는 LNG선 및 초대형 유조선(VLCC) 수주에 집중한 것이 적절했다”면서 “향후 선박 발주시장은 친환경 LNG선을 위주로 이뤄질 전망인 만큼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신규 LNG선 발주량은 424척에 달할 것”이라며 “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정제설비가 증가할 예정이라 이를 운송하기 위한 유조선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국내 조선사, 중국 추격 가능성↑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에 추격당한 선박 수주 1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기를 악화시킨 해양플랜트와 달리 LNG선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 중인 부문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가 친환경, 고효율 선박 기술 알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모두 오는 30일 열리는 노르시핑 박람회에 참석해 환경규제와 함께 수요가 증가한 LNG선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앞서는 국내 업체가 확실히 중국에 앞서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수주량 격차도 줄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국내 조선사 누적 수주량은 123만643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시장의 26.1%를 차지하며 30.4%를 기록한 중국을 바짝 뒤쫓았다. 지난해 중국과 19%포인트 넘는 수주량 격차가 생긴 것과 대조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유조선과 LNG선은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매번 최적화된 설계를 해내야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술력 중심의 산업”이라면서 “LNG 선박 발주가 늘고 있어 올해는 국내 조선사 수주가 중국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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