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심우민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 간 균형 잃지 말아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하면서도 빅데이터의 사회적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개인정보 비식별화’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이드라인 설정 방식보다는 법률 재·개정 등 입법조치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칫 가이드라인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해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4일 ‘NARS 현안보고서’를 통해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관한 입법정책적 대응 과제’를 발표했다. 심 조사관은 “국내외적으로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나 익명화에 관한 입법 논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우리나라와 영국의 경우는 가이드라인 등의 제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법제 운영과 적용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정보 비식별화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은행계좌와 같이 특정한 개인을 나타내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정보 가공 조치를 말한다. 개인정보가 비식별화되면 기업들은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우려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3자 제공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6월30일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방통위원회는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공표해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부처합동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가명처리나, 총계처리, 데이터 삭제, 데이터 범주화 등을 통해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하도록 하고, 비식별 조치 적정성 평가단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심 조사관은 가이드라인을 통한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EU와 일본 등에서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를 추진하는 방식인 ‘입법조치를 통한 대응방식’은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새로운 기준 설정을 통해 관련 사안에 있어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근거법령 해석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입법화의 단점으로 지적됐다. 

 

심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가이드라인 공표 이후 법률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은 그 성격상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해석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지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체계적 개선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단순하게 가이드라인 내용을 법률에 반영하는 경우는 자칫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균형점을 상실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심 조사관은 현재의 데이터 활용에 관한 제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우리나라 실정과 법체계에 걸맞는 개인정보 보호법제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개인정보의 비식별화와 익명화에 대한 혼돈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우민 조사관은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조화라는 견지에서 논해지는 것이 개인정보 비식별화 및 익명화 정책”이라면서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비식별화를 전제로 한 정보 활용을 통해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와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고, 개인정보 활용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가 이뤄진 정보들에게 대해서는 일반적인 개인정보에 비해 법적 규제를 완화해줌으로서 데이터 활용을 통한 사회적 편익 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