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입증되지 않아”…구매 위축에 가격 인상 우려

5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이 GMO 완전표시제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GMO(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 법제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완전표시제는 당선 이후 본격적으로 법제화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완전표시제가 도입돼 GM(Genetically Modified·유전자변형) 작물이 포함된 모든 제품에 GMO 표시를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건강에 나쁜 제품’으로 판단해 구매를 꺼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등이 모여 GMO 완전표시제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GMO를 원재료로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은 유전자 변형 DNA, 또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GMO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GMO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공급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먹거리 전략을 수립하고, GMO 표시를 더욱 강화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 위해 GMO 완전표시제 필요

 

GMO 완전표시제 법제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GMO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자신이 무얼 먹는지는 알고 먹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식약처 담당 부서, 담당자 모두 바뀌었다며 곧 GMO 표시 제도의 법제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윤 국장은 식약처에서 제도를 바꾼다고 하지만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돼야 한다. 여야를 떠나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완전표시제가 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해외서도 GMO에 대한 위험성은 제기되고 있다. GMO 위험성을 알린 영화의 감독 제레미 세이퍼트는 지난 19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서 열린 서울 환경영화제를 찾아 GMO 식품이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 헛소리(Bullshit)”이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그는 이어 매년 안전성 검토도 제대로 안 된 GMO 제품들이 시판 승인을 받는다. 우리는 그걸 먹는다. 소비자들은 임상실험을 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우리나라 GMO 표시제는 지난 2월 개정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 완전표시 수준은 아니다. 개정된 제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품에 들어간 주요 원재료 1~5순위에서 함량에 상관없이 유전자 변형 DNA가 남아있는 모든 원재료에 GMO 표시를 해야 한다. 다만 열처리·발효·추출·여과 등 정제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은 식용유·간장·당류(포도당, 과당, 엿류, 당시럽류, 올리고당류), 변성전분·주류(맥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기타주류) 등은 표시 대상에서 빠졌다.

 

또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NON-GMO’ 표시를 할 수 없었던 식품들이 2월 개정을 통해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4가지 방법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해당 표시는 대두·옥수수·카놀라·면화 등 GMO 표시 대상 원재료 중 NON GMO를 가장 많이 사용해 만든 식품에만 가능하다. 비의도적 혼입치(재배, 유통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GMO가 혼입될 수 있는 비율)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인정하는 비의도적 혼입치는 3%. 유럽연합(EU) 기준은 0.9%.

 

GMO 완전표시제는 이런 예외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다. 원재료로 사용해 제조, 가공한 식품은 예외 없이 GMO로 표시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비의도적 혼합치 비율도 기존 3%에서 0.9%, 아예 0%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 코스트 발생해 가격 오를 수도 있어” 우려도

 

하지만 식품업계 입장은 다르다. 아직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GMO를 단순히 나쁜 것으로 치부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GMO 표시만 보고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제품이라고 단정해버리면 다수 제품에 대한 구매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관리 대상에 들어가면 그에 따른 코스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판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소비자 알 권리는 중요하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알고 싶은 건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GMO를 무조건적으로 해악으로 몰아가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식품업체들은 해외로부터 다량의 GMO를 수입하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5년간 업체별 GMO 수입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067712톤의 GM 농산물이 국내에 수입됐다. CJ제일제당이 31.98%에 달하는 약 340만톤을 수입했고, 대상 236만톤(22.12%), 사조해표 177만톤(16.61%), 삼양 172만톤(16.11%), 인그리디언코리아 140만톤(13.17%) 5개 식품업체가 전체 수입량의 99%10668975톤을 들여왔다

 

학계에서도 GM 작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을 경계한다. 김상선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GMO 제품에 대한 불신에 대해 GMO가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보니가보지 않은 길이란 점에서 GMO 소비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건 인정을 한다면서도 다만, GMO 자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GMO의 유해성 여부와 완전표시제 이슈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그는 “GMO 완전표시제는 GMO 유해성 여부와는 다른 문제라며 유해성 여부를 떠나 선택은 결국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GMO 표시 제품을 사는 것이) 상관없는 사람들은 사서 먹으면 된다. 선택할 권리를 소비자에게 줘야 한다는 게 완전표시제의 주 의미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